웹2.0과 인터넷

[웹2.0과 진보2.0②] 정치경제학적관점에서 본 웹 2.0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27. 17:43
[웹2.0과 진보2.0②]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웹2.0
2007-05-22ㅣ정희용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웹2.0 트렌드를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하려는 논의가 분분하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1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이다. ‘힘의 이동’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의 ’기술 세계와 사회’ 분야 토론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에서 개인 역할, 권한의 확대를 가장 주목되는 변화로 지목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소비자 파워의 증대를 주목했다. 포럼의 전체 네 개 토론 분야 가운데 두 분야의 핵심 화두가 개인과 소비자의 변화, 이를 매개하는 웹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의 역할로 집중된 셈이다.


엄살인가 새로운 비즈니스인가



▲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전현직 국가원수와 기업가들. 이번 포럼의 화두는 ’힘의 이동’이었다


매년 다보스 포럼을 개최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1200여 핵심적 글로벌 기업과 언론사, 단체를 회원으로 둔 비영리 민간재단이다. 사실상 신자유주의를 움직이는 이들 지구촌 ‘큰손’들이 작고 미미한 개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웹2.0을 ‘힘의 이동’으로 간주하는 것은 엄살일까,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견일까?


국내에서도 경제적 관점에서 웹2.0을 분석하고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된다.  지난해 후반부터 <롱테일 경제학>, <웹2.0 경제학> 등 관련 서적이 출간되어 경제분야의 베스트 순위를 차지하고 최근에는 웹2.0 시대 집단 지성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위키피디아 사례를 전면에 내세운 <위키노믹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기업은 더욱 기민하다. 직접적 연관성이 깊은 포탈 사이트들은 블로그와 카페 기능을 네티즌 요구에 맞춰 버전을 계속 높이고 있으며 사용자 생산 컨텐츠(UCC)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거세다. 인터넷 회사만 변화에 민감한 것이 아니다. 이미 싸이월드를 인수한 바 있는 SK는 지난해 4월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를 추가로 사들였다. 외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웹2.0 사이트에 대한 M&A 현상이 국내에도 밀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도 웹2.0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내부 중심 혁신을 넘어 외부의 다양한 채널과 연계하는 개방형 혁신체제를 도입하고 롱테일 경제에서 말하는 긴 꼬리 즉, 틈새 시장을 겨냥해 ‘홈런보다 다수의 안타로 득점하는 전략’을 주문한다.


자 이쯤 되면, 기업과 IT전문가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웹2.0 현상에 미묘한 역설이 내재되어 있음이 짐작된다. 인터넷을 통해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고 발전시킴으로써 개인의 권리와 지향, 가능성이 상승하고 다수 대중이 참여한 집단 지성이 일부 공급자나 엘리트들의 의도보다 훨씬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웹2.0 현상의 요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조직에서든 생산에서든 마케팅에서든 가장 발빠르게 구현하고 그 과실을 따먹는 것은 다시 기업이다.


역설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웹2.0을 경제학 따로가 아니라 통일된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기술과 인간, 기업의 변증법


웹2.0 추세는 인간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과 기술은 상호 의존관계를 갖는다. 인간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거꾸로 인간 생활에 변화를 초래한다. 대체로 기술은 생산력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에서 개선, 개발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화를 파급한다.


예컨대 산업혁명 시기에 개발된 방직기와 증기기관 동력은 그 이전까지 소규모 작업장에 흩어져 존재하던 노동자를 대공장 생산체제로 결집시켰고 숙련노동자를 무력화시킴으로써 공장주들이 보편화된 노동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규모 임노동과 자본간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이 시기의 기술적 발전은 생산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인류에게 축복이지만 그 활용은 철저히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자본가 계급에 유리하게 이루어졌다. 따라서 기술적 진보는 정치적으로 전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계급적 관계, 사회운동의 역관계, 국민의 참여와 활용에 따라 어느 누구에게 좀더 유리하고 불리한가가 결정된다.



 ▲ 블로그 증가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 6개월마다 2배씩 증가해 지난 3년 사이 60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웹의 초창기 가상공간에 열린 드넓은 정보 공유의 마당이 조금 시간이 흐르자 닷컴 기업들이 수익을 내려 안달하는 사이버 시장, 기업 마케팅과 광고 장소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능성의 급팽창이라는 면에서 이를 선도한 기업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나 그러한 비즈니스가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현실의 대중은 거기에 매혹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닷컴 거품은 순식간에 꺼져버렸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2000년 IT 기술주들의 몰락에서 살아난 몇몇 인터넷 기업이 존재한다. 이들이 엄혹한 주가 빙하기를 버텨내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확대된 비결이 공유, 참여, 개방이라는 웹 초기 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데 있음이 거론되면서, 이들을 버블 시기의 웹과 구분하여 웹2.0 기업이라고 칭하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시끌벅적한 웹2.0론의 출발이다.


그렇다면 웹2.0 기업은 웹1.0 기업이 밟았던 전철을 피해갈 것인가. 그리하여 승승장구하며 끝없이 영향력을 넓혀갈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더 높다. 기술적인 변화 즉 네티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이트 자체를 개방된 플랫폼화하고 소스를 공개하여 이용자가 변화를 줄 수 있게 하고 생산수단이라 할 수 있는 웹 저작도구들(웹 카메라, 멀티미디어 도구 등)이 낮은 가격에 대중적으로 보급된 이 모든 기술적 진보는 물론 웹1.0 시대에 비해 더 많은 대중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대중의 참여는 기업 혁신을 재촉하고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생산적 소비자(프로슈머)화 하면서 기업을 풍부히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면에 국한해 본다면, 웹2.0 기업의 지속적 성장은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 외의 또다른 요인, 즉 인간의 인식과 요구, 지향의 변화발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창조적 요구는 끝이 없다. 대중은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대량 생산물의 일방적 소비자로 만족하지 않듯이 질적인 제품, 차별화되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요구하는 프로슈머로서만 만족할 리도 없다. 대중은 기업에 아이디어를 주고 조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의 대부분을 기획하고 관장하는 존재로 더 나간다. 결국 모든 생산과정과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의 뜻대로 계획하고 주도하는 것이 대중의 지향이라면 컨텐츠와 수익의 일부를 네티즌에게 공개하고 참여시키되, 그 내부의 핵심 의사결정과 수익모델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성역을 치고 독점 이윤을 행사하고자 하는 기업이 이를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기업은 높아가는 대중의 요구에 따라 점차 웹3.0, 4.0을 만들어서 전전긍긍 이에 대처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은 누구일까. 대중의 요구와 기술의 변화를 자신의 이익으로 끊임없이 환원한다는 측면에서는 자본이 부처님 손바닥이고 대중은 그 안에서 안간힘을 다해 근두운을 타고 벗어나려 애쓰는 손오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 이익을 위한 기업 활동이 결국 대중의 요구와 참여, 통제권내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손오공 역이 누구에게 더 맞는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웹1.0에서 2.0으로의 변화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메가트렌드는 20세기 후반 이후 나타나는 대중의 인식과 위상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발전과 자본의 반격


자본 팽창운동의 파국적 결과이기도 했던 2차대전이 끝난 뒤, 움츠러든 자본의 지위로 인해 유럽에서는 사민주의적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케인즈적 경제 조절과 포디즘적 노사 협조 체제로 생산력의 대량 확대를 가져왔고 기초적 소비를 벗어난 대중의 지향과 요구는 한결 높아졌다. 이에 조응해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 정치 체제와 교육, 복지 등 기본권의 확장이 거듭되면서 이러한 대중적 지향을 뒤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조건이 되었고 여기에 정보통신의 발달과 인터넷 보급이 20세기 후반부 들어서 더욱 대중의 지위와 요구를 발전시켰다.


물론 정치, 경제적인 국민 권리 신장으로 자본 이윤율이 저하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본의 반격이 가해졌다. 대내적으로는 포디즘 체제의 고용안정성을 허물어 노동 유연화를 추구하며 국민의 기본권에 필요한 공공영역을 민영화하고 주식회사화하여 주주들의 거래 대상, 투기 대상으로 만들었다. 대외적으로는 초과 이윤을 얻기 위한 국가간 자본 이동을 용이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었고 이 모든 것을 세계화, 시장화, 효율화의 논리로 포장했다. 신자유주의와 주주자본주의가 등장한 1980년대 이후의 흐름이었다.



▲ 프랑스 학생시위. 인터넷 공간의 여론이 현실로 표출된 사례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러한 자본의 반격으로 국민 기본권이 후퇴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며 사회 전체가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을 치르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집단 지성과 참여라는 대중적 요구는 현실에서 위축되었다. 그러나 이미 높아진 대중 의식이 이전 단계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 때문에 아직 자본의 전횡이 조금은 덜한, 그리고 분산된 컴퓨터간의 연결이라는 인터넷 속성상 개방과 공유, 참여가 아니고는 전체 시스템의 발전적 운용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인터넷 가상 세계에서 대중의 지향과 요구가 더욱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표출되고 있는 대중 요구는 다시 현실세계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조짐이 국내에서는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을 추모하는 운동,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노사모 운동 등으로 나타났다. 최초고용법에 반대하는 프랑스 백만 학생의 시위도 인터넷 공간의 논의와 여론이 현실 공간으로 진출한 사례다. 물론 인터넷 인프라가 발전하지 않은 곳에서는 매개 과정 없이 대중의 요구가 바로 현장적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가 제5공화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러했다.


국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진보2.0


결국, 웹 버전 얼마라고 하는 현상의 본질은 대중의 지향과 요구가 표출되고 거대한 지상명령이 되어 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존재는 그것이 기업이든, 정부든 순식간에 도태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힘의 이동’인 것이다.


그러나 자본은 이마저도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것으로 변화에 대처하려 한다. 다보스 포럼에 모인 이 시대의 소위 엘리트들은 아마도 두려움과 새로운 틈새시장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자본은 대중의 집단 지식과 창조성을 지식기반경제라는 이름으로, 참여와 공유, 개방의 요구를 웹2.0 플랫폼이라는 형태로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그 과실을 독점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고 참다운 웹 정신, 시대정신을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창조성과 주도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현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국민 주권과 직접 지배력을 높이는 정치과정, 모든 생산과정에서의 대중 특히 노동자의 직접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성장 원동력을 확대하는 경제과정이 필수적이다. 진보가 이전에 비해 한층 발전한다는 것은 이러한 국민 요구를 읽고 혁신을 단행하며 스스로 국민적 참여를 위한 발판(플랫폼)으로 변화함을 의미할 것이다.

웹2.0 어법을 빌리면 이것을 진보2.0이라 칭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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