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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_건약

선거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2010 봄호]

[칼럼]

선거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손낙구 선생의 「대한민국정치사회지도」

조직국 최진혜

 

 


3월 포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로 유명하신 손낙구 선생님을 모시고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였다. 포럼에 앞서 책을 미리 읽어보려고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도무지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1,66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과 일십 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책! 하지만 동시에 이런 방대한 자료를 포럼을 통해 두 시간에 걸쳐 이야기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기대되기도 했다.

 

‘운동가들은 서민들이 진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삶과 생활을 잘 알고 있는가’하는 고민을 시작으로 포럼이 시작되었다. 그는 서민들의 실제 삶의 모습을 알아야 앞으로 진보 진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전체 16개 시도, 234개 시군구, 3573개 읍면동 중에서 수도권만 집중 분석하는 데도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자료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읍면동별로 주민들의 학력, 직업, 종교, 주택 소유여부, 주거 형태, 정당 득표율 및 지지율 등의 통계자료만으로 분석해야 했던 점이 어려웠다고 한다.

 

부동산․학력․종교가 정당지지율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는 “동네 단위로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소유 정도, 학력, 한나라당 지지도, 투표율이 신기하리만큼 비례하는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이다. 반면 무주택자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은 현재의 야권 정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 계층투표 양상을 보였지만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인상적인 것은 ‘강남 속의 강남/강북’ 현상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서울 강남구에서도 논현1동과 역삼1동은 투표율이 저조했고, 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 동네는 무주택자의 비율이 70∼80%에 달하고, 반지하에 사는 주민의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결과를 들었을 때, 뜻밖이라거나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를 통해 주택 소유에 따른 투표 행태에 대한 모두의 통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계층투표론은 유효한가?

 

포럼의 막바지, 결국 자료 분석을 통해 얻어진 결론은 ‘촌고도저(村高都低)/여촌야도(與村野都)’가 성립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의 투표행태가 계급·계층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런 경향은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러한 해석에 대해서는 포럼 현장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기존 통념의 근거자료는 주로 여론조사이고, 그것은 표본이 1,000명 정도이기 때문에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 이에 대해 검색해 본 결과 모집단이 아무리 커도 표본추출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1,200명 정도의 표본으로도 여론조사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분석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론을 반박하는 의견들을 찾아본 결과 이 해석에 '생태적 오류(ecological fallacy)'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동별 집합적 자료를 사용하여 개인의 투표행태에 대한 추론을 했다는 점에서 '생태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2004년, 2008년 선거에서 부자 주(개인 소득이 높은 주)는 민주당에, 가난한 주는 공화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는 부유층 유권자는 공화당에 투표하고, 가난한 유권자는 민주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즉, 집합자료(주별 자료)만 보면 마치 부자가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수준의 자료를 사용하면 실제로 미국 국민은 계층투표를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손씨처럼 집합자료를 사용하면 부자동네가 한나라당에 투표하고 서민동네가 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온다. 그렇지만 이 자료에 기초해서 저소득층이 계층 투표를 했다는 주장은 자료가 허용하지 않는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출마나 운동을 해보면 대형 아파트촌에서 한나라당 표, 소형 아파트촌에서 민주당표가 쏟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중하층 이상(시민계층)에서 계층투표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맞지만 집합자료에 기반 하여 저소득층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을 더 찍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계층투표는 투표율과 직결된다

 

또 한 가지 실천적으로 고민 됐던 부분은 ‘투표율’이다. 저소득층이 아무리 진보적 적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높다고 해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계층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민주화 이후 관권, 금권 투표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요즘 기준으로 가구당 소득 150만원 이하)의 투표율이 급감했다고 한다. 이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먹고 살기 바빠서 투표를 하지 않은 것, 이 뿐만 아니라 투표 효능감도 저소득층은 낮다고 한다. 자신의 한 표가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낮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다.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대한민국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된 편에 속하는 나라라고 하면서도 투표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가도 하셨다.

 




포럼을 계기로 ‘동네에 기반한 지역 정치’에서 실제 동네 사람들에 대한 자료 축적과 그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효용성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결국 동네 주민, 서민들 속에서 함께 일하고, 그 속에 파묻혀 아웅다웅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과정에서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손낙구 선생님의 연구를 시작으로 하여 집합자료 뿐만이 아니라 여론조사 자료들도 보완적으로 분석되어 실제 동네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많은 실천적 연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