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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_건약

삼성이 지켜야할 약속: 노동자 건강

[2010 봄호]

[시사포커스]



삼성이 지켜야 할 약속: 노동자 건강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산재 인정 투쟁을 보며


최봉규 ScD MPH

(CenterforOccupationalandEnvironmentalHealth,UniversityofCaliforniaIrvine)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이하 반올림) 따르면, 2010년 5월 17일 현재 46명이나 되는 삼성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암에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산재 인정을 받고 있다. 삼성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삼성 노동자들의 암과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간접적으로 삼성 편을 들어주고 있다. 나는 글을 통해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 투쟁을 보며 들었던 몇가지 생각들을 건약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많은 발암 물질이 있다

 

암과 업무 관련성을 논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것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발암 물질이 사용되는가 아닌가이다. 만약 발암 물질이 없다면 암과의 업무 관련성을 논의할 필요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이미지 (깨끗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와는 정반대로 많은 발암물질이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었고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이는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과 업무 관련성을 연구한 연구자들 (McElvenny et al., 2003) 1990년대 영국의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사용되거나 존재하는 발암 물질들을 (Table 1) 정리해서 발표했다.
 

 

 

그럼 삼성 반도체 공장은 어떨까? 삼성 반도체 공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이 기흥공장에서 공정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에게 지급한 환경수첩의 ‘공정별 환경영향 인자’ (한겨레, 2010/05/17,삼성 백혈병…환경수첩은 알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1088.html)에도 표 1에 있는 아르신(AsH3),트리클로르에틸렌, 황산 발암물질들이 기재되어 있다. 게다가 2009 10월에 삼성 전자, 하이 닉스, 엠코테크놀리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 (제목: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 자문 의견서)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과정에 쓰이고 있는 용매에서 벤젠이 0.09-8.91 ppm 검출되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백혈병 (leukemia) 림프종(lymphoma) 국한해 논의해보자. 국제 암연구소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 따르면 전리 방사선과 벤젠은 인간에 대한 유발이 확실한 1 발암물질(carcinogenic) 이다. 트리클로르에틸렌 ( trichloroethylene) 림프종을 유발하는 2 발암물질 (probably carcinogenic: 인간에 대한 유발 가능성이 아주 높은 물질)이다.

 


삼성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은 듣보잡?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발암물질이 있는가 없는가가 쟁점이 수가 없다. 문제는 삼성이 과연 발암 물질을 관리했는가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대로 발암 물질의 위험성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알렸는가? 발암 물질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조치들을 취했는가? 노동자들에게 발암 물질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하는지,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실시되었가? 따져야 한다. 피해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증언에 따르면 발암 물질에 대한 안전 보건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화학 물질 노출 사고가 빈번했고, 환기 시설도 작동되지 않았으며, 적절한 개인 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았으며, 안전 수칙은 생산성 증가라는 이름하에 현장에서 자주 무시되곤 했다. 삼성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은 마디로 듣보잡 (듣도 보지도 못한 잡놈) 아니었나 싶다. 물론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자체가 곧바로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성이 동안 발암물질을 관리해 행태를 살펴볼 , 삼성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한편 이번 삼성 노동자 백혈병 사건은 한국 산업안전보건관리의 헛점을 아주 보여준다. 삼성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는데도 동안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일년에 번씩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건강 검진을 했을텐데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사업주가 산업안전관리법을 지키고 있는 관리 감독할 노동부도, 기술적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작업환경측정기관과 건강검진기관도 모두 삼성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알아서 설설 기지 않았나 걱정된다. 문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산재 인정투쟁과 상관없이 국회 차원에서 앞으로 철처히 가려야 문제이다.

 


역학조사
보고서 조차 공개하지 않는 나라

 

답답한 일이 하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8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 건강실태 역학 조사) 실시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정운찬 총리) 민주 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요청한 노동부 역학 조사 공개 요구에 “정보의 공개로 인한 알권리와 투명한 국정참여 보장 건강보호권 등의 이익보다는 비공개로 인한 기업의 경영 비밀 보호의 이익이 보다 크다고 보이므로, 자료는 공개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것으로 사료됨”으로 답했다. 정부가 보다 노골적으로 삼성 편을 들어줄 있을까?

 

역학 조사 결과 공개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가 기업의 경영 비밀 보호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영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노동자들의 발생 위험성을 평가한 역학 조사 보고서 (http://www.hse.gov.uk/statistics/nsukrept.pdf) 인터넷에 올리고 일반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운받아 읽을 있게 해놨다. 미국 연구자들 (Beall et al., 2005; Clap, 2006) IBM 노동자들의 관련 역학 조사 결과를 (누구나 있는) 저널에 보고했다. 대만 연구자들 (Chang et al., 2003) 전자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연구 결과를 (누구나 있는) 저널에 보고했다. 우리 나라만 안되는가? 다른 나라는 자기들 나라 기업들 비밀을 보호하지 않는가?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다른 보고서는 일반인들이 다운 받을 있게 해놓고서 (http://oshri.kosha.or.kr/bridge?menuId=901),유독 삼성 역학 조사만 보고서를 다운 받을 없게 놓았는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아마도 우리는 힘이 없으니 노동부와 청와대에게 물와보라고 같다. 힘있는 노동부와 청화대의 납득할 만한 답변을 기대한다.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를 들고 설치는 삼성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삼성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8 실시한 역학조사를 근거로 삼성 노동자들의 암과 업무는 관련성이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디만 하자. 증거를 봤거든. 보고서 보여줘라. 공개할 없는 보고서, 그래서 아무도 없는 보고서, 그래서 아무도 보고서가 작성되었는지, 문제는 없는지를 따질 없는 보고서를 근거로 어떻게 그런 주장을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삼성은 초일류기업이 아니라 삼류기업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걸까? 이명박 정부는 피해 노동자가 아니라 바로 삼성을 위해서라도 보고서를 공개할 생각은 없을까?

 

한계가 많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 조사

 

역학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었다: "반도체 작업 공정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림프조혈기계 암 가운데 하나인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5배 높았으나 백혈병은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역학조사는 발생률이 매우 낮은 질환인 림프조혈기계암의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추적 기간이 짧았고, 조사 대상자들의 과거 직업력이나 흡연 등 비직업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한계가 있었다" ; "암 발생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연구는 충분한 위험요인 정보를 파악해 앞으로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2008/12/29:삼성 반도체 백혈병과 상관없다…특정암 발병률은 5배 높아).

 

보고서의 결론 어디에도 삼성 노동자들의 백혈병과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말은 없다. 삼성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찾으라면 “백혈병은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를 찾을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통계 결과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통계가 올바른 방법론에 기초해 수행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과정이 생략되면 통계 결과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해석될 있다.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스스로 추적 관찰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암은 발암 물질에 노출되고 나서 많은 시간이 지나야 발병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벤젠의 잠복기는 6-14년이다. 추적 관찰 기간이 짧아서, 지금 당장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증가를 보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 발생 사례가 늘면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증가를 보일 있다. 또한 정부의 역학 조사에서 많은 사례가 누락되었다면 (반올림 사이트에 계속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발표한 통계 결과는 신뢰할 없는 것이 된다. 통계에서 95% 신뢰구간을 것인지 아니면Type II 에러(실제로는 차이가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판정하는 오류) 고려해 80% 신뢰구간도 같이 것인도 논의할 문제이다. 정부의 역학 조사는 Type II 에러에 대한 고려 없이 통상적인 95% 신뢰 구간만을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증가 판단 기준으로 같다. 노출 집단과 비교 집단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전체와 한국 일반 인구 집단을 비교할 것인지, 삼성 반도체 노동자 위험 공정에 노출된 노동자와 일반 인구 집단을 비교할 것인지, 삼성 반도체 노동자 위험 공정에 노출된 노동자와 삼성 반도체 노동자 위험 공정에 노출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비교할 것인지 따져봐야 것이다. 정부 역학 조사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 전체와 한국 일반 인구 집단만을 비교한 같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자 집단이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건강한 것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시행한 역학조사의 통계 결과는 암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다시 해야 역학 조사

 

상황은 다시 한번 역학 조사를 요구한다. 하지만 제대로 역학 조사를 요구한다. 정부 기관이 연구를 주도하고 연구 결과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는 연구는 이상 반복할 필요가 없다. 2008 역학 조사 보고서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2008 역학 연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계는 무엇인지, 문제점과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토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 노동자와 정부, 삼성, 노동자 대표, 엔지니어, 산업보건 전문가들 모두가 참여할 있는 역학 연구팀을 만들고, 조직에서 연구 방법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연구 결과와 대책을 토론하고 승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역학 조사는 상황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노동자들이 믿고 신뢰할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이다.

 

삼성 페이지를 방문했다. 도대체 어떤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삼성은 “무엇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종업원과 고객을 포함한 인류사회 번영에 이바지하는 길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사업을 전개해왔단다. 삼성의 경영 원칙들 보았다.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다. 종업원의 ‘삶의 향상을 위해 노력한단다. 환경/안전/건강을 중시한단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책임을 한다다. 이건희가 반성문인 알았다. 이건희, 이명박 못지 않게 정말 두껍다.


참고
문헌

Beall C, Bender TJ, Cheng H, Herrick R, Kahn A, Matthews R, Sathiakumar N, Schymura M, Stewart J, Delzell E: Mortality among semiconductor and storage-device manufacturing workers. 2005,996-1014.

Chang YM, Tai CF, Lin RS, YangSC,ChenCJ,ShihTS,LiouSH:A proportionate cancer morbidity ratio study of workers exposed to chlorinated organic solvents in Taiwan. 2003,77-87.

Clapp, RW. Mortality among US employees of a large computer manufacturing company: 1969–2001.200619;5:30.

McElvenny DM, Darnton AJ, Hodgson JT, Clarke SD, Elliot RC, Osman J: Investigation of cancer incidence and mortality at a Scottish semiconductor manufacturing facility. 2003,419-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