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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_건약

rivew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1

[2010 봄호]

[review]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광주전남지부 이주형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재벌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로비는 70~80년대에 이루어지는 관행이고,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 글로벌 스텐다드에 어느 정도는 근접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속 나오는 더 교묘하고 과감해진 비리수법을 알게 되면서 나의 생각이 참 순진한 것이었다는 걸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송승헌 주연의 MBC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깊이 빠져 한회도 빠짐없이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극중 신태환이라는 재벌회장이 나오는데,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인물이었다. 거기서도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정치인, 관료, 언론계에 대대적으로 돈을 뿌려 대규모 사업권을 따내서 회사의 규모를 점점 키우는 인물이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70~80년대인데, 그 시대에는 기업의 회계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공정한 방식이 아닌, 힘 있는 정관계 인사에 연줄을 대서 회사를 키우는 것이 그 시대의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그 시대 이야기이고, 지금은 많이 투명해지고, 감독기능이 강화되어 회계조작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재벌기업에서는 회계조작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이 비자금으로 정관계뿐만 아니라, 검찰이나 판사 등 부패를 찾아내어 심판해야 할 사법기관에까지 불법로비가 손 뻗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의 로비는 이건희 회장에서 아들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집중되었는데,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자행하고,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비난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정관계, 사법기관, 언론계에 광범위하게 불법로비를 자행한 것이다. 정당하게 증여세를 내서 1등 기업답게 모범을 보여야 할 기업이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했다는 것에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동안 삼성이라는 이미지는 나에게서 1등 기업,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 경영철학이 다른 기업과 달리 항상 한발 앞서가는 기업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는 허상이었다. 이건희 회장 일가에 의한 독선적인 경영, 그리고 하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구조, 로비전문가가 대접받는 기업. 이것이 삼성의 본모습이었다. 이러한 삼성의 모습을 생각하면 삼성의 미래가 밝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회장의 독선적인 결정이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더 나아가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 IMF 때보다 더 큰 위기가 우리나라에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이 글을 쓴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의 검사생활을 거쳐 7년의 삼성 임원생활,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을 텐데, 양심선언이라는 험한 길을 택해서 겪어야 하는 고초 등을 생각하였을 때, 과연 내게 그런 위치에 있었다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진실을 말함으로서 다가올 시련과 고통 때문에 말 못하고 담아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시련과 고통이 다가올 줄 알면서도 용기 있게 양심선언을 택한 김용철 변호사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매년 추석날이면 고향에 내려가 부모, 형제와 함께 명절을 맞이하였는데, 올 추석에는 생전 처음으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아들딸, 아내와 함께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가족여행지로 용인 에버랜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순환출자방식의 지배구조의 핵심이다는 것을 알고 선뜻 에버랜드로 가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삼성과 관련이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