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지_건약

IT발전의 편리함에 숨어 있는 불편함

[2010 봄호]

[시사포커스]

IT발전의 편리함에 숨어있는 불편함

 

부회장 천문호

 

애플이라는 회사와 스마트폰이라는 핸드폰은 얼리어댑터 뿐만 아니라 요즘 핸드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단연 최고의 관심사일 것이다. 특히 와이파이를 통한 무료인터넷 사용이나 애플옙(응용프로그램)스토어를 통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구입·활용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넷북이나 노트북이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무한한” 편리성에 대한 기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때문에 스마트폰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없으면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넘쳐나는 신문기사들은 나에게 또다시 선택의 고통을 안겨줌과 동시에 그 활용도를 보면서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불편하며, 이용자보다는 핸드폰회사와 통신회사를 위한 시장임을 각성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이폰과 같이 하나를 통하여 나에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깨닫게 해주는 것은 전에는 없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최신 스마트폰은 정말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 이기에 앞서 이를 이용하여 큰 돈을 벌고자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표현 수단 같기도 해서 나에게는 사실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항시 오징어가 죽을 줄도 모르고 불빛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집어등” 같은 역할을 하여 산업구조의 재편과 동시에 새로운 착취기회를 창출하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지난 4월 25일 가톨릭대 U헬스케어사업단의 주최로 제2회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국제심포지엄이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이날 발표에서 가톨릭대학 U헬스케어사업단장 윤건호 교수(서울성모병원 진료부원장)는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환자와 온라인으로 만나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U-헬스(유비쿼터스 헬스)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U-헬스를 추진하는 병원-기업과 환자들이 하나가 되어 법과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U-헬스 기반이 확립되면 외국인 환자도 한국 병원의 원격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 유치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의료법” 개정이고 이 주체가 “대형병원 자본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용어설명을 하자면 U헬스케어에서 U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줄임말로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는 꼭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어디서나 의사가 바로 옆에 있는 듯이 나의 몸 상태를 진찰받고, 치료 지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응용프로그램 등이 필요한데 이런 소프트웨어 분야에는 우리가 잘 아는 삼성과 같은 재벌들이 버티고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을 이용하여 돈을 벌고자하는 자본입장에서는 대형병원과 재벌이 손을 잡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앞으로 너무나 큰 골치거리인 일들이 펼쳐질 것 같아 지극히 마음이 불편하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법을 개정하여 열심히 돈을 벌고자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U헬스케어를 통하여 의료비는 증가하지 않고 환자들의 삶의 질은 개선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건 정말 헛된 꿈에 불과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의료체계는 주치의제도를 시행하는 동네의원과 입원환자 중심의 대형병원 간의 “기가 막힌” 연계체계-물론 미국을 제외한 우리가 아는 선진국은 벌써하고 있지만-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들 알다시피 대형재벌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이고 더욱이 편리함을 무기로 대형병원에서 앞다퉈 원격진료 중심의 의료를 행하게 되면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의 간극은 더욱더 벌어지고 아마도 가까운 미래엔 대형병원 의사가 주치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원격의료에 대한 접근성도 고가의 진료장비를 갖출 수 있는 돈의 유무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의료의 형평성 또한 훼손될 것이다.

 

또한 원격의료를 위한 협력체계구축이라는 미명하에 병원간 환자질병정보가 공유되고 대형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민간보험회사에게로 환자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구축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보험구조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사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 추구라는 그럴싸한 구호아래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갈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는 민간보험사와 대형병원 중심의 미국식 의료체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렇듯 정보통신의 발전은 그를 통한 편리함을 향유함에 있어 누가 그 성의 “통제권”을 가질 것인가라는 유용함과는 상충되는 골치 아픈 고민거리가 숨어있음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저들은 겉으로는 단순히 의료법이 지금 시대에 맞지않아 개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자본이 돈을 벌기에 귀찮은 장벽이 존재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마구마구 울려퍼지는 그들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하고, 그 말의 진의가 무엇인가를 알아야한다.

 

돈이 없어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의료체계는 요새 유행하는 신과 인간간의 싸움이라는 주제의 영화처럼, 자본이라는 괴물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이겨야만 가능한 그런 세계이다. 결국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겨야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