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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접근성

로슈는 왜 나쁜가?

로슈는 왜 나쁜가?

- 로슈규탄 국제 공동행동


이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로슈와 로슈가 만드는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얼마 전 드디어 특허청에 푸제온의 제3자에 의한 통상실시(강제실시)를 청구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차가웠습니다. 해를 넘겨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푸제온’과 이것을 도저히 싼(?) 값에 놓을 수 없다는 로슈... 그리고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 지난 해 있었던 ‘로슈규탄 공동행동’을 돌아보며 로슈가 왜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했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림1.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제3자에 의한 통상실시(강제실시) 청구서 제출.

2008년 12월 23일. 에이즈 감염인 연대 ‘카노스’외 시민단체>

 

로슈의 사명 (Mission)

 

한국로슈 홈페이지에 가보면 로슈의 사명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로슈의 제품과 서비스는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에 도움을 줌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갈 것...’ 이라고 로슈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적어 놓았습니다.

 

<그림2. 한국로슈 홈페이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로슈의 기업이념>

 

또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목표를 추구하며, 동시에 개인과 사회 그리고 환경의 요구를 존중하여...’라고 했는데 푸제온을 공급하라고 만 4년 넘게 요구해 온 환자, 시민사회의 요구는 뭣으로 알았나 봅니다. 존중은 못할망정 뭉게지나 말일이지. 지난 해 한국로슈 지사장 ‘울스 베이커 어쩌구’를 만났을 때는 그간 우리들의 'desperate need'(절박한 요구)가 없었다며 적반하장식 훈계를 늘어놓았습니다. 더 뻔뻔스러운 것은 ‘로슈규탄 공동행동’기간에 스위스에 있는 로슈본사에까지 한국의 소식이 알려지자 보도자료를 내 ‘푸제온에 접근할 수 없는 환자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한국로슈 사무실을 시퍼런 대낮에 기습 점거하고 사장과 면담하고 했던 것들은 무엇일까요? 절박한 요구가 아니면 우리가 그냥 심심해서 한 일이었을까요? 한국에서의 일을 모르고 있던 스위스 본사 사장이 국제적으로까지 망신살이 뻗치자 한국로슈 지사장이 엄청 깨졌고 대충 둘러 댄 변명을 그대로 보도자료라고 낸 모양입니다.(관련 자료는 건약 홈페이지 성명/공지란을 참조하세요) 조금 부끄럽긴 했나 본데 그래도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로슈 정말 나빠요!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보호합니다.’ 이런 말도 써 놨는데 그렇게도 인권을 잘 존중해서 HIV/AIDS 감염인의 ‘치료받을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세계인권선언 제25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 제12조, 우리나라 헌법 제34조와 제36조에는 각각 모든 사람이 질병으로부터 치료받을 권리를 갖고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긴 ‘약을 먹을 권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는 구매력을 갖춘 사람들만의 ‘약을 먹을 수 있는 자격’,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격’으로 변질된 것이 당연시 되는 현실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까요? 애초에 접근하는 가치가 다르니 우리의 이야기는 하나 마나한 것이라고 포기해야 할까요...

전 세계가 로슈를 규탄하다!

이렇게 나쁜 로슈의 만행이 전 세계에 알려져 미국, 프랑스, 태국 등 10여개국 53개 단체와 수많은 사람들이 로슈를 규탄하고자 로슈의 창립기념일인 10월 1일부터 함께한 것이 바로 지난 ‘로슈규탄 공동행동’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릴레이 1인 시위와 마지막 날인 10월 7일에 12시간 항의 집회를 가졌습니다. 마지막 문화제를 마치자 감염인인 윤가브리엘 친구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자기 옆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말이죠. 집회 물품을 얼른 치워야 하는데 끌어안고 우느라 정리하는 게 지체되고 말았습니다. 저도 코끝이 아려오는 것을 참느라고 일부러 이것 저것 짐을 빨리 치우는 척을 했답니다.

 

<그림3. 로슈규탄 국제 공동행동 기간(2008년 10월 1일~10월 7일)중 미국 뉴욕에서의 시위 장면. ‘한국에서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가격을 인하하라’는 피켓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를 넘겨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감염인 분들은 오죽 하겠습니까. 하루 빨리 푸제온이 들어와 감염인분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연대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