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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의약품 특허권과 FTA

의약품 특허권과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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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지난 21,22일 싱가폴에서 의약품 분야 별도 협상을 벌였다. 미국 경비까지 한국이 모두 부담했다고 한다. 미국은 한국의 ‘의약품 선별 등재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16가지나 되는 요구사항을 들고 나왔다. 세부 사항들을 살펴보면 결국 한마디로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혁신적인 신약’들이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 의사들과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것.
그러나 과연 포지티브 리스트가 미국 제약회사를, 그들의 혁신적인 신약을 차별하기 때문에 수많은 환자들이 약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가?
WHO에 따르면 매년 1,400만명의 사람들이 전염성 질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10명중 9명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이다. 전세계 인구의 1/3이 전염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어떠한 약품도 얻을 수 없다.
결코 약이 없어서가 아니다. 약은 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설명하려면 ‘의약품 특허권’을 이해해야만 한다. 현재 한미 FTA 의약품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인 ‘특허권’이 바로 그것이다.
한 약품을 개발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제약 회사에게 ‘특허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 약품의 개발 비용이 얼마인지, 약품 원가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고 있지 못하다. 미국이 한국에게 계속 요구하고 있는 ‘투명성’은 그들 자신을 향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신약 ‘개발 비용’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천문학적인 약값을 요구한다.
한국의 만성 백혈병 환자들은 노바티스의 특허로 인해 한달에 300-800만원이나 하는 글리벡 약가 때문에 길거리로 나서야 했으며, 아프리카와 남미의 에이즈 환자들은 비싼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매년 300만명씩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허를 얻게 되는 신약의 정의 또한 모호하다.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미 기존에 있던 약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서 특허를 연장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미 시판중인 약품 두가지를 합쳐서 한가지로 만든 후 그 약품에 특허를 적용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보린과 사리돈을 합쳐서 하나의 알약 ‘게사돈’을 만들고 이 약품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서 약값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봤던 중국 영화가 생각난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주윤발에게 계곡 어딘가에서 나타난 악녀가 독침을 날린다. 우리의 희망 주윤발은 쓰러지고, 악녀는 그 독침에 대한 해독제는 이것 하나밖에 없다며 자그마한 병을 흔들거리며 사라진다. 천하무적일것만 같았던 주윤발은 점점 기운을 잃어가고, 그를 사랑했던 또 다른 여인이 해독제를 제조하기 위해 급히 사라진다. 그 여인, 해독제를 급히 만들어 주윤발 곁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악녀가 가지고 있던 그 해독제. 주윤발을 살려낼 수 있었던 그 해독제. 비록 영화에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말한다. 돈을 가져오라고. 돈을 가져오면 너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약을 주겠노라고.
이것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말하는 ‘특허권’인 것이다.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제 3세계 환자들보다도, 그들의 이윤을 우위에 놓는 것.

영화에서 주윤발을 사랑했던 여인, 해독제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던 악녀가 통쾌한 웃음을 남기고 떠나버리자, 직접 해독제를 제조하러 갔던 그 여인을 보자.
비록 영화에서 여인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주윤발을 살려내지 못했지만, 악녀가 그 생명의 약을 주지 않겠다고 할때 그 여인은 스스로 그 해독제를 생산해낸다. 이것이 ‘강제실시권한’인 것이다.
특허 보유자가 특허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조업자에게 그 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 ‘강제실시권’이다. 이 방법은 의약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할 수 없을때, 국가들이 필수적인 의약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미국은 이 ‘강제실시권’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백혈병 환자들이, 태국에서 에이즈 환자들 수백만명이 죽어가든 말든,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한을 침범하지 말라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업중 하나가 제약산업이라고 한다. 정치 로비력도 제약업계가 가장 강력하다고 한다. 개발비용을 부풀리고, 특허권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의 보건정책까지 좌지우지 하면서, 아픈 사람들의 피를 빨아 그들은 그렇게 이윤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한미 FTA 중단하자.

건약 정책위원 강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