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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안전성및제약정책

국민에게 비용전가 하는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을 중단하라


[성명] 국민에게 비용전가 하는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을 중단하라

- 일반의약품의 비급여 전환은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시키는 것이 아닌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14일, 5개 이익단체가 참여한 비공개 회의에서 현재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된 일반의약품을 일괄 비급여로 전환 조치하는 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까지 2001, 2002, 2006년 4차례에 걸쳐 총 1,413품목의 일반의약품을 비급여로 전환조치 해 왔다. 현재 급여목록에 남아 있는 2,024품목의 일반의약품 중 퇴장방지의약품, WHO 필수의약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1,720품목(85.0%)을 일괄 비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안이다. 역대 비급여 전환조치 규모 중에서도 최대 규모이며, 그동안 전환한 품목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품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일반 비급여 전환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반대한다.

 

 

첫째,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정책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이번 조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은 수많은 보험재정 절감대책 중에서도 건강보험이 보장해야 할 급여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보장성 후퇴 정책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62.2%(2008년 기준)로 그동안 매년 보험료가 6%가 올라감에도 답보상태에 이르는 등 아직 취약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정책은 재정절감을 핑계로 보장성을 후퇴시키는 후진적인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둘째, 처방 왜곡을 조장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으로 구성된 처방약은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일반의약품을 비급여로 전환시키는 순간 오히려 고가약으로 처방약이 옮겨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2년 건위소화제를 비급여로 전환하자 소화성궤양용제나 정장제로 처방이 바뀌어 건당 약품비, 품목수, 투여량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2002년 6월 심평원은 밝힌 바 있다. 처방가이드라인이나 고가약의 사용을 규제하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처방의 고가약으로의 전환은 불보 듯 뻔한 상황이며, 이는 결국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환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셋째, 건강보험 재정 절감효과가 의문이다.

 

일반의약품의 비급여 전환에 대한 '보험재정 절감효과' 가 있을 지도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도 공식 인정했다시피(2008.9.2., 토론회 복지부 이태근 과장 발언), 비급여 전환 이후, 전환 의약품이 고가의 급여의약품으로 대체됨으로써 건강보험 약제비 부담을 더 증가시킨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일례로 2008년 1월 일반의약품인 은행엽제제에 대한 급여제한 조치가 행해지자, 사미온정(성분명 니세르골린) 등 보다 고가의 전문약 처방으로 이어져 사미온정에 대한 심사 지침이 마련되었다(2008.6.30, 심평원). 또한 비급여 전환조치의 효과를 분석한 최근의 연구에서도 비급여 전환 시점 1년간 비급여 전환 의약품이 포함된 약효군에서 투약일당 약품비와 투약일당 본인부담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고가약으로의 대체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박혜경, 2009).

 

정부는 비용효과성을 평가하여 비용 효과적이지 않은 약물을 정비하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수년간 지체해오고 있다. 2008년도 평가 대상인 6개 약효군 중에서도 2009년 말 현재 고혈압약물에 대한 평가만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 정부에서 약물 비용효과성에 대한 평가를 왜 이렇게 지체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환자들의 부담만 키우는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 작업보다는 의약품 사용량 관리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제약사와 요양기관 간의 리베이트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끝으로 복지부가 본안에 대해 의견청취를 한 단체는 5개 이익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한국제약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로서, 의약품의 유통과 사용에 있어 이권을 가진 집단들이다. 이들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본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비급여 전환이 일어날 경우, 전환 의약품을 비급여로 사용하거나, 대체된 의약품을 사용함으로써 약가를 지불하는 것은 모두 국민들의 몫이다. 복지부는 국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정책에 대한 검토를 당장 중지하고 시행이 지체되거나 안되고 있는 약가제도 개혁정책안 추진에 박차를 가하길 요구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보장성 강화이자 건가보험 재정 절감 정책이다.

  

2009년 10월 21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