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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안전성및제약정책

내년에는 축하받을 수 있는 약의 날이 되기를 기대하며.

[보도자료] 내년에는 축하받을 수 있는 약의 날이 되기를 기대하며.
- 제약사의 은폐, 정부의 무기력. 5개 의약품으로 파헤쳐보다.

오늘은 약의 날이다. 약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여기저기 약의 날을 축하하는 행사가 분주하다. 그러나 진정 오늘 우리는 약의 날을 ‘축하’할 수 있는가.
국민들은 ‘적절한 효과와 최상의 안전성’을 가진 약을 원한다. 물론 약은 그 본질상 위험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약을 생산, 취급, 감독하는 모두가 국민들을 이 잠재적 위험성으로부터 보호하고, 또한 최대의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선 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는 약의 위험성을 최대한 은폐하려 한다. 자사 제품에 호의적이지 않은 임상, 논문 결과를 은폐하려는 제약사의 모습, 단 하나만 보더라도 제약사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직접 환자들에게 약을 전달하는 일부 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은 이미 리베이트에 포섭되어 더 이상 환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뿐인가. 약의 생산, 공급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식약청은 이명박 정권 논리에 맞춰 ‘더 많은 규제 철폐’를 외치며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다시 한 번, 오늘은 약의 날이다. 약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내년, 내후년, 10년 후를 위해 현재 약을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우선 5개 의약품을 통해 그 안을 들여다 볼 것이다. ‘동일한’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가 각 국가마다 ‘동일한’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약을 약답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자 하는 약의 원래 목적이 살아나기를 바란다.

이 문건에서는 5가지 의약품의 외국과 한국 허가사항을 비교해 볼 것이다. 한국에서 허가를 받을 때에는 주로 외국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비교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제약사가 어떤 부분을 은폐하고 싶어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단지 허가사항 내용을 외국과 동일하게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단지 번역만 제대로 해오면 되는 문제로 격하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지점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조사해야 하고 국가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제약사가 은폐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하도록 만들고, 이윤 때문에 제약사가 공급하지 않는 약을 환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문건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1. 효능효과는 과장되었고 안전성 정보는 은폐되었다!
- 트라마돌/아세트아미노펜 (얀센의 울트라셋정 등)

(1) 일반적 정보
이 약의 성분인 트라마돌은 몰핀이나 코데인과 같은 마약성 약물과 화학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서 중독 등의 부작용이 끊임없이 문제되어 왔다. 미국에서 시판 1년 만에 115건의 약물남용,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다. 또한 이 성분은 미국에서 시판된 지 1년 만에 83건, 2년째에는 200건 이상의 발작 부작용이 보고되어 왔다.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에 보고된 금단증상과 관련된 약물 중 3번째로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2) 허가 사항
가. 연령
미국에서는 16세 미만의 소아에 대해서는 이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연령기준이 12세로 낮추어져 있다. 한국에서는 12세와 16세 사이의 소아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시험을 다시 한 것인가?
나. 효능효과와 사용기간
이 약의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미국에서 이 약은 ‘급성통증에 단기간 사용(5일 이내)‘로 허가 받았다. 한국에서는? ’중증도-중증의 급만성 통증‘에 사용할 수 있으며 ’질병의 특성 및 심한 정도로 인해 장기간 투여가 필요한 경우,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이 약의 지속투여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로 되어있다.
다. 부작용
이 약은 마약성 약물과 화학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몰핀 유형의 신체적, 심리적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에서는 오히려 ‘의존성 발현이 낮은 약물’이라는 상반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 불면증을 치료한다고? 언제까지?
- 트리아졸람 (화이자의 할시온 등)

이 제제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로서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1979년 네덜란드에서 피해망상, 자아상실감, 악몽, 자살경향, 지각과민증의 부작용으로 인해 의약품 판매가 금지된 적이 있다. 이후 고용량을 복용했을 때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서 제조사는 0.5mg를 전 세계적으로 퇴출시켰다. 그러나 용량을 줄여서 복용해도 환자에게서 역행성 건망과 우울증이 보고되어 다시 한번 이 제제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바 있다. 영국에서는 이 약을 복용하고 어머니를 살해한 케이스가 발생한 이후로 할시온 허가가 취소되었다.
특히나 노인에게서는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다.
가. 사용기간
유럽, 미국 등에서는 ‘불면증의 단기간 치료에만 사용(7-10일 이내)’하도록 하며 2-3주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적 주의사항에 ‘장기간 투여를 피하라‘는 식으로 간략히 언급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3. 선진국에서는 불법, 한국에서는 합법!
- 가바펜틴 (화이자의 뉴론틴 등)

이 제제는 신경병성 통증, 즉 신경통 등에 많이 처방되는 약이다. 이 약은 지난 수 년동안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허가사항 이외 판촉 행위’가 그 논란의 핵심이다. 제약사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의사들에게 판촉 함으로써 처방을 유도해낸 것이다. Parke-Davis(현재 화이자)는 미국에서 이러한 불법적 판촉행위로 2004년 5월 4억 3,0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6,140억 벌금을 물었다. 회사가 처벌받았던 판촉 내용은 말초 신경병증, 당뇨병성 신경병증, 간질단독 요법 등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에서 처벌받았던 이런 사항들은 한국에서 엄연히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또한 2008년 10월 8일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화이자가 뉴론틴이 효과가 없다는 논문들을 은폐함으로써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미국 보스턴 법정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가. 허가사항
미국에서 뉴론틴은 ① 대상포진후 신경통 ② 간질의 부가적 치료제 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①간질에 단독, 부가요법 ② 신경병성 통증으로 훨씬 광범위한 효능효과를 받아 팔리고 있다.

4. 아이들이 위험해요!
- 메칠페니데이트 (얀센의 콘서타 등)

이 제제는 ADHD라고 하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에 사용하는 약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하여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제제는 뇌 속에서 코카인과 매우 흡사하게 작용하여 약물 남용 위험이 문제가 되어왔다.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에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또한 심박동수와 혈압을 상승시키는 등 주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1990년에서 1997년 사이에 미국 FDA Medwatch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160명이 사망하고 949명이 중추 또는 말초 신경 시스템 이상, 126명이 심장 이상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이 제제는 엄격한 조건하에서 사용되어져야 하나 한국에서는 장기 복용과 관련된 정보,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보, 연령에 따른 용법·용량 등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5. 이윤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이 다르다!
- 이매타닙 (노바티스의 글리벡)

이 약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1회 400mg 이상을 투여받고 있으며, 한국에서 400mg 이상 1,200mg까지 복용하는 환자들의 비중은 총 글리벡 투약 환자들의 60%가 넘는다. 미국 허가사항을 보면 ‘글리벡의 코팅에는 철분이 들어있다. 따라서 만약 800mg을 복용해야 한다면 철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 100mg 8알이 아니라 400mg 2알을 복용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노바티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글리벡 복용방법에서 ‘글리벡 400mg는 환자의 복용 편의성과 철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00mg만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심지어 1,200mg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조차도 100mg 12알을 먹어야 한다. 노바티스가 한국에서 400mg을 시판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는 ‘함량비교가’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100mg의 가격은 23,045원인데 이 함량비교가에 의하면 400mg의 가격은 57,612원이 된다. 노바티스 입장에서는 1,200mg을 복용해야 하는 한국 환자들이 100mg 12알을 먹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 276,540이다. 그러나 400mg을 한국에 시판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172,836원이 된다. 노바티스는 한국 환자들의 철 중독에는 관심도 없는 것이다.

2008년 11월 1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