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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접근성

백혈병 약값협상 결국 정부가 ‘완패’

백혈병 약값협상 결국 정부가 ‘완패’
스프라이셀’ 한알에 5만5천원
업체에 밀려 비싼값 합의 ‘원성’
 
새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의 건강보험 약값이 한 알에 5만5천원으로 결정됐다. 시민단체들은 “원가 등을 고려할 때 약값은 최대 1만9천원 가량이 적절하다”며 “정부가 약값 조정 지침도 없이 조정에 나서 제약업체에 끌려다녔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7일 서울 계동 복지부 청사에서 4번째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열어, 스프라이셀의 보험 약값을 한 알에 5만5천원으로 결정했다.

이 약은 기존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만성 골수성 백혈병 및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2007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스프라이셀 값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지난 1월 중순까지 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와 약값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고, 그 뒤 정부 조정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4차례 열린 끝에 이날 약값이 결정됐다. 이성환 조정위원장은 “스프라이셀 조정 가격은 건강보험공단이 협상 당시 마지막으로 제시한 값으로 결정됐다”며 “조정위는 대만과 미국의 값을 집중적으로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혈병환우회 등은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제약업체의 협상 전략에 끌려다녀 약값이 적정가보다, 또 미국 일부 병원에 공급되는 4만4천원보다 높게 결정됐다”며 “돈 없는 환자들은 약이 있어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지경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제약업체가 처음 가격을 10만원으로 제시했다면, 건강보험공단이나 정부 조정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협상하거나 조정해 10~20% 깎았다고 생색을 냈을 것”이라며 “제약업체들은 높은 약값을 불러놓고는,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은 시간 끌기로 버티고 조정위원회에선 조금 깎는 방식으로 생색 내기에 골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현재 방식으로는 제약회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겨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