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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안전성및제약정책

안전하게 약 먹을 권리를 생각해 봅시다!

"한잔의 물과 같이 안전한 ○○○ " 모 제약회사의 진통제 카피였지요. 세상에 한잔의 물을 제외하고는 과연 그런 약이 존재할까요?

 

약은 동전의 양면처럼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약효가 부작용에 대한 고려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옛날과는 달리 현대 사회는 적절한 효과만큼이나 약의 안전성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약의 안전성을 관리 감독하는 튼튼한 안전망을 갖춘 것이 약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약은 지난 2008년 11월 약의 날을 맞아 다섯 가지 약물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약의 안전망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때 저희가 고려한 사항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 정보제공이 투명한가" - 자사 제품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은폐하고 보여주고 싶은 결과만 보여준다던가 누락시키진 않는지 - 그러나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단지 허가사항 외국과 동일하게 만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단지 번역만 제대로 해오면 되는 문제로 격하될 수 있으니까요. 전세계 어디든 제공되는 안전성 정보는 동일해야 해야 합니다. 같은 회사가 판매하는 동일 제품이 A국가와 B국가에서 약효도 다르고 부작용도 다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에서 허가를 받을 때에는 주로 외국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것을 비교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제약사가 어떤 부분을 은폐하고 싶어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윤 때문에 환자의 위험에서 눈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 이윤보다 생명입니다. 손익 계산을 따져볼 수는 있지만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조사해야 하고 국가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윤 때문에 제약사가 공급하지 않는 약이 있다면 당연히 국가에서 공급하도록 해야 합니다.

1. 물건너오면서 효능효과는 과장되었고 안전성정보는 은폐되었다!

- 트라마돌/아세트아미노펜 (얀센의 울트라셋정과 최근 쏟아진 수십개의 제너릭들)

 

<그림1. 얀센의 울트라셋정>

이 약의 주성분인 트라마돌은 중추성 진통제로 몰핀이나 코데인과 같은 마약성 약물과 화학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생상 중독성의 여지를 가지고 있죠. 실제로 미국에서 시판 1년 만에 115건의 약물남용,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에 보고 된 금단증상과 관련된 약물 3위랍니다. 그러나 한국의 설명서에는 미국과 동일하게 의존성이 있음을 경고하면서도, 말미엔 ‘의존성 발현이 낮은 약물’이라며 해외엔 없는 부가설명으로 말끝을 흐립니다.

 

이 복합제는 미국에서는 16세 미만의 소아에 대해서는 이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연령기준이 12세입니다. 이유는 영국이 12세 이상 허가이기 때문에 영국의 기준에 맞춰 신청했다는군요. (하지만 영국은 부작용을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시킨 할시온은 우리나라에선 시판중입니다 그 이야긴 아래에서 할께요.)

이 약의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미국에서 이 약은 급성통증에 단기간 사용(5일 이내)로 허가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중증도~ 중증의 급 만성 통증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되었고 질병의 특성 및 심한 정도로 인해 장기간 투여가 필요한 경우,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이 약의 지속투여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사용기한 역시 확대되었습니다 .

 

이윤에따라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이 다르다!

한국 환자들은 모르던 글리벡에 관한 진실

 

- 이매타닙 (노바티스의 글리벡)

 

<그림2. 노바티스의 글리벡>

 

이 약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입니다. 탁월한 효과로 많은 백혈병 환자들의 생명을 구했죠. 글리벡의 미국 허가사항을 보면 ‘글리벡의 코팅에는 철분이 들어있어서 만약 800mg을 복용해야 한다면 철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 100mg 8알이 아니라 400mg 2알을 복용해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노바티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글리벡 복용방법에서 ‘글리벡 400mg는 환자의 복용 편의성과 철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이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내용은 한국에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100mg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하루에 400mg 이상 1,200mg까지 복용하는 환자들의 비중은 총 글리벡 투약 환자들의 60%가 넘습니다.

하루에 1,200mg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조차도 100mg 12알을 먹어야 합니다. 노바티스가 한국에서 400mg을 시판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죠. 한국에는 함량비교가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에서 글리벡 100mg의 가격은 23,045원인데 이 함량비교가에 의하면 400mg의 가격은 57,612원이 됩니다. 노바티스 입장에서는 1,200mg을 복용해야 하는 한국 환자들이 100mg 12알을 먹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 276,540인데 400mg 3알을 복용하면 드는 돈은 72,836원이됩니다. 당연히 노바티스는 이윤을 택했죠. 한국 환자들의 철 중독에는 관심도 없는 겁니다.

 

7~10일 이내로 사용하라(미국.유럽) Vs 장기간 사용을 피하라 (한국)

불면증 치료제 언제까지 먹어요? (트리아졸람 - 화이자의 할시온 외)

 

<그림3. 화이자의 할시온>

 

불면증 치료제인 트리아졸람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불면증의 단기간 치료에만 사용(7~10일이내) 하도록 하며 2~3주를 넘어선 안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용법 용량엔 구체적 기간이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회사의 설명서에서도요. 일반적 주의사항에 "장기간 투여를 피하라"고 써있을 뿐이죠 그런데 ‘장기간’이란 것이 며칠일까요? 약사인 저도 헷갈립니다. 일주일? 아님 4주연속? 12주 연속? 의약사도 환자도 정보는 인서트페이퍼에서 얻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서트지에서 구체적 사용기한이 빠진 이유는 뭘까요? 단순한 번역오류는 아닐 것 입니다.

불면증 치료제인 트리아졸람은 1979년 네덜란드에서 피해망상, 자아상실감, 악몽, 자살경향, 지각과민증의 부작용으로 인해 의약품 판매가 금지된 적이 있습니다.

 

또한 고용량을 복용했을 때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서 제조사는 0.5mg를 전 세계적으로 퇴출시켜서 현재는 0.25mg와 0.125mg만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량을 줄여서 복용해도 환자에게서 역행성 건망과 우울증이 보고되어 다시 한 번 약물 처방시 주의를 요한바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 약을 복용하고 일시적 착란으로 어머니를 살해한 케이스가 발생한 이후로 할시온 허가가 취소되었습니다. 실제로 화이자는 이 약을 영국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지요. 미국에서도 노인에게서는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불면증 치료제 꼭 필요한 약이지만 안전하게 쓰이도록 해주세요.

 

3. 선진국에서는 불법, 한국에서는 합법!

-가바펜틴 (화이자의 뉴론틴 등)

 

<그림4. 화이자의 뉴론틴>

 

이 제재는 신경병성 통증, 즉 신경통등에 많이 처방되는약입니다. 이 약은 지난 수년동안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는데 ‘허가사항 이외 판촉 행위’가 그 논란의 핵심입니다. 제약사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의사들에게 판촉을 함으로써 처방을 유도해낸 것에 대해 Parke-Davis(현재 화이자)는 미국에서 불법적 판촉행위로 규정 2004년 5월 4억 3,0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6,140억 벌금을 물었습니다. 회사가 처벌받았던 판촉 내용은 말초 신경병증, 당뇨병성 신경병증, 간질단독 요법 등인데 미국에서 처벌받았던 이런 사항들은 한국에서 엄연히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뉴론틴은 ① 대상포진후 신경통 ② 간질의 부가적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① 간질에 단독, 부가요법 ② 신경병성 통증으로 훨씬 광범위한 효능효과를 받아 팔리고 있지요.

 

또한 2008년 10월 8일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화이자가 뉴론틴이 효과가 없다는 논문들을 은폐함으로써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미국 보스턴 법정에서 밝혀졌다고 합니다. 가장 과학적으로 보이는 제약산업, 참 비논리적이죠?

 

잠좀자자! 밥 좀 먹자 ! 아이들이 위험해요!

- 메칠페니데이트(얀센의 콘서타등)

 

<그림5. 6 얀센의 콘서타, 공부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ADHD 치료제>

 

ADHD라고하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에 사용하는 약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하여 무분별하게 오남용되고 있죠.

 

이 제제는 뇌 속에서 코카인과 매우 흡사하게 작용하여 약물 남용 위험이 문제가 되어왔기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에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또한 심박동수와 혈압을 상승시키는 등 주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킵니다.

 

1990년에서 1997년 사이에 미국 FDA Medwatch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160명이 사망하고 949명이 중추 또는 말초 신경 시스템 이상, 126명이 심장 이상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제제는 엄격한 조건하에서 사용되어져야 하나 한국에서는 장기 복용과 관련된 정보,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보, 연령에 따른 용법·용량 등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09년 2월 심평원에서는 보다 엄격한 ADHD 치료제의 급여기준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시행을 코앞에 두고 미뤄졌다고 하네요. 안전성 가이드라인 강화가 우선 아닌가요?

현대 사회의 우리는 환자일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 소비자입니다. 보다 안전하게 약을 먹을 권리, 소비자의 알 권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