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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안전성및제약정책

약가 다이어트 작심삼일로 끝내시겠다구요?



 

약가 다이어트 작심삼일로 끝내시겠다구요?

-보건복지부의 기등재약 재평가 유보를 비판하며


건약 정책실 안정민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는 피 같은 의료보험료를 알곡이라고 치면 건강보험 재정은 모진겨울을 나기위한 식량창고 같은 것이다.  질병이라는 모진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온 국민이 이 창고를 함께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이다.

 하지만 모을 수 있는 알곡은 한정되어 있으니 알뜰살뜰 살펴가며 써야 누구도 춥고 배고프지 않게 시련을 이겨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창고에 약가거품이란 쥐가 들었다. 들락날락 빼가는 약제비가 만만치 않자  주인인 국민은 고양이를 풀어 쥐를 잡게 했다.

 그런데 이 고양이 날래게 쥐를 잡는가 싶어 뿌듯한 마음에 쳐다보고 있는데 쥐랑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알고보니 이 관계 톰과 제리다. 

 톰과 제리, 과연 앙숙인가? 어리숙한 고양이 톰. 쥐를 잡는 게 본연의 의무이거늘 쥐에게 늘 당한다.  톰은 당하는 듯하면서 제리와 친구처럼 노닥거린 건 아닌가? 앙숙을 가장한 친구관계.  친구가 아닌 듯하면서,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견제해야 할 관계이면서 친구인 관계. 요즘 정부와 제약회사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약에 대해 짚고 넘어갈 점, 약이란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게 본연의 기능으로 아픈 사람의 손에 주어질 때만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의약품은 이윤추구의 대상인 상품의 지위를 갖지만 물, 공기, 전기처럼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로서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적인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제약회사는 그들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이윤을 남기기 위한 장사를 하는 기업일 따름이지만 그들의 상품인 의약품은 시장의 원칙만이 아닌 국가 체계에서 관리되는 것임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가계부를 살펴보면 진료비 지출총액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약 10조원이다. 이 금액은 매년 약 15%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파른 약제비의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에 따른다고 생각하겠지만 부차적이고   주원인은  약값이 너무 비싸게 책정되었고  그 비싼 약을 펑펑 쓰고 있다는데 있다.  비싼 약을 과소비까지 하니 가계부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맬 방도를 강구한다.  2006년 12월에 정부는 약가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고 이름 붙였다이제부터는  새로운 의약품을 도입할 때 치료적, 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약값을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약만을 대상으로 하기엔 약가 다이어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알자 보완책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약품에 대해서도 그 치료적. 경제적 가치를 다시 평가해 보험을 해줄지 가격은 얼마로 할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이라는 재미없는 이름을 가진 이 사업의 본질은  쓰던 약도 다시 보고 가격 깎아 다시 쓰자가 그 목적 되겠다


자 다이어트 계획 세웠으니 이젠 실행만 하면 되는데......  수 개월 내에 하시겠다던 사업, 2년째  지지부진이다.

 2006년 12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이랬더랬다. 일단 2007년까지 시범평가를 통해 약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원칙과 방향, 방법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난 뒤  5년에 걸쳐 2011년까지 모든 약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해 건강보험에 넣어줄지를 결정하고 가격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7년에 끝났어야 할 시범평가는 2009년 2월 현재에도 그 최종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유는 예상했던 대로 제리... 아니 제약회사의 태클이다.  머리도 좋고 날쌘 이 녀석은 이제껏 맘대로 드나들던 알곡창고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질 기미가 보이자 딴지걸기를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가격결정구조에서 누려온 부당한 이익을 내놓기 배아픈 제약회사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숙한  톰 정부는 절차의 민주성이니 충분한 의사소통이라는 핑계로 시간끌기로 일관했다.  고양이가 쥐생각 한다고 동정심인 척 들어주는 것이면 좋으련만 이 고양이 정말 쥐걱정만 해주고 주인 생각을 안해준다.

 그러니  결과도 한심하다.  지나치리만큼 제약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준 것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가는 사이 정부가 제약회사약의 발목잡기,  트집잡기에  눈치나 보며끌려다니는 기간에도 국민은 어쩔수 없이 약을 사 먹어야 했고, 그 가격은 합리적인 가격이 아닌  제약회사가 원하는 가격, 즉 거품이 낀 가격이었다.

 정부와 제약회사의 줄다리기로 바뀐 약가 다이어트 사업의 핵심주체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라는 곳이다. 투명하게 열려있지 않기에  국민의 입장이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정책이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얼만큼 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약가 거품빼기 사업 효과가 어느정도일지 궁금하진 않으신지?

 2008년 5월에 평가결과가 발표된 고지혈증약의 경우 약 270여 품목의 약가거품빼기 사업으로 로 인한 제약회사의 매출손실은 약 600억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이 1년동안 부당하게 낸 약값이 600억원이라는 말이다.  약 16000여개 품목 중 단 270여개의 품목의 정비로 인한 금액인 것이다.  이러한 재평가 작업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국민은 그의 진정한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약을 사먹는 기간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제약회사의 배를 채워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수상하다. 독한 맘 먹고 약가 다이어트를 위해 칼을 빼들었던 정부가 제약회사 눈치보기로 질질 끌려다니더니 요즘 들어선  경제위기 운운하며  “나 다이어트 포기할까봐~”라는 얘기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두가지 시범평가만 2년이 걸렸고 문제점도 있으니  5년안에 완전히 다이어트는 성공하는건 무리라며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고 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다이어트 계획 자체를 엎어버리려 한다는 말도 들려온다.  평가품목의 축소를 통한 전체적인 평가기간의 연장 및 적당한 가격인하를 통한 제약회사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적당한 타협점을 찾고 있는 듯하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자는 말로 제약회사의 논리에 말려들어 어느새 제약회사의 장단에 발맞추고 있는 우리의 어리숙한 톰~ 애초에 목표대로 쥐를 잡자 . 약가 다이어트를 하자

애초에 톰의 정체성은 제리 친구가 아니라 주인의 종 아니던가.


경제위기, 맞는 말이다.  이제껏 폭리를 취해온 제약사의 입장에서의 경제위기가 아니라 부당하게 호주머니를 털려온 국민들의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약가인하사업을 늦춰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흠~ 올해 길바닥 최고 히트곡 가사다.  알지 톰?

 기실 톰이 힘으로 제리를 제압할려고만 한다면 제리한테 당할 이유가 없다.  어리숙함을 핑계로 당하는 척 하는 것이다.  제리가 너무 영리해서, 제리가 너무 설득력이 있어서라는 것으로 자기방어를 할 뿐인 것이다.  밥을 줘가며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을 배신하는 행위를 떳떳이(!) 하는 것이다.  정부의 주인은 국민이다.  보험료를 내고 직접 약값을 지불하는 국민을 대신하여 제약회사를 상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아예 대놓고 “기업프렌들리”라는 말을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정부의 모습을 진정 보고 싶다. 

 불경기의 한파에 제일먼저 쓰러지는 이들은 사회 취약계층이다. 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하는게 의료보험의 본질이다. 제리랑 노닥거리다가는 주인한데 쫓겨나는 수가 있단다 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