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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제도및복지정책

에이즈치료 중단을 강요하는 HIV정량검사 민간기관 이관 규탄 기자회견


 

<에이즈치료 중단을 강요하는 HIV정량검사 민간기관 이관 규탄 기자회견문>

 

에이즈치료에 ‘필수적인’ 검사, 돈 때문에 ‘선택(?)’ 검사가 웬 말인가?

감염인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HIV RNA정량검사는 면역검사, 내성검사와 더불어 HIV/AIDS감염인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효과를 판단하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이다. HIV 약제내성검사는 약제 미치료군을 대상으로 1999년부터 실시되었다. 2002년 8월부터는 치료시기 결정과 치료효과를 모니터링하기 위하여 일부 병원에서만 실시하던 RNA 정량검사를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내성검사를 치료집단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04년 8월부터는 질병관리본부 에이즈․종양바이러스팀에서 병원으로부터 의뢰된 약제치료실패 환자군, 치료경험 환자군 및 미치료 환자군에 대하여 RNA 정량검사 샘플을 이용하여 약제 내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종양바이러스과에서 실시하고 있는 RNA정량검사를 7월 1일부터 민간기관(의료기관 및 임상검사센터)에서 시행하도록 결정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내성검사도 민간기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지금도 면역검사 특진비 등으로 인한 월 3만원가량을 부담하기가 어려워 검사를 미루거나 특진비를 받지 않고 있는 국립의료원 등으로 옮긴 환자가 부지기수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민간기관으로 정량검사를 옮김으로써 환자부담금이 특진비명목으로 최고 73,230원이 생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량검사와 면역검사를 의료기관에서 할 경우 환자부담금은 최대 101,500원까지 증가하게 되고, 내성검사까지 의료기관으로 옮겨지면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감염인의 경우, 한 달에 약 40만원(1인가구 기준)의 수급비를 받아 10만원 가량의 검사비를 내라는 것은 검사를 받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다.

 

감염인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지속적인 에이즈치료를 가로막는 이번 조치에 대해 그 도입배경을 묻고, 대책을 촉구하기위해 감염인들은 6월 29일에 질병관리본부와 면담을 하였다. 질병관리본부는 특진비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못했다며 감염인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를 하였고, 유예기간을 두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후 질병관리본부는 검사체계 변화에 대한 결정과정 및 대책에 대해 아무런 답변없이 검사를 민간기관에서 수행하도록 강행하였다. S병원에서는 7만원이 넘는 정량검사 특진비를 부과하는 일이 발생했고, I병원은 어떻게 할지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오늘 다시금 질병관리본부에 그 책임을 묻고자 한다.  

 

첫째, 그간의 과정을 거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인을 에이즈문제 해결의 주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할 바이러스이자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에이즈치료에 필수적인 검사에 접근하는데 장벽이 있어서는 안되며, 이를 위해서 질병관리본부는 제도의 취지와 논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과 동시에 제도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게 될 감염인들을 정책결정의 주체로 인식해야한다. 유엔에이즈(UNAIDS) 역시 감염인을 통제나 시혜의 ‘대상’이 아닌 정책결정의 ‘참여자’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길 때 에이즈유행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승수 의원실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26일에 감염내과 교수 2인,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7인, 에이즈결핵관리과 1인, 에이즈종양바이러스팀 5인이 참석한 가운데 정량검사, 내성검사를 민간기관으로 이관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특진비 발생으로 인해 환자의 치료권이 제한당할 것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인하고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강행하였고, 혼란에 빠진 감염인들에게 지금까지 안내문 한 장도 전달되지 않았다. 감염인들에게 ‘필수적인’ 검사가 감염인들은 전혀 모르는 채로 이뤄질 수 있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결정과정에서 뿐만아니라 그 결과에 대해서도 질병관리본부는 감염인을 배제하고 감염인의 처지와 목소리를 무시한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갖고 감염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인의 치료를 위한 장기적인 전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음이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몇몇 병원에 특진비 면제요청을 하면 해결이 될 것처럼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이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며 언제든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감염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정량검사와 내성검사에 엄청난 규모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감염인이 1만명으로 증가할 경우 정량검사에 대한 보험수가로 약 59억원이 의료기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특진비까지 고려하면 약 88억원이다. 더욱이 정량검사보다 더 비쌀 내성검사까지 의료기관으로 이관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부 의료기관의 특진비 면제 선언은 ‘한시적’일 수 있고, 특진비 면제 요청은 거절하면 그만이며, 감염인에게 필수적인 검사가 ‘돈벌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검사장비와 인력을 갖출지도 미지수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에 대한 내성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에 내성검사를 의료기관으로 이관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기존 내성검사와 신약에 대한 내성검사를 모두 갖추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약제내성은 이미 치료경험 환자뿐아니라 미치료경험 환자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약제내성에 대처할 수 있느냐가 에이즈확산을 막는데 있어서 관건이기 때문에 내성검사에 대한 필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기위해 다음을 촉구한다.

 

■ 대책없이 검사 이관을 강행하고 감염인의 목소리를 무시한 점에 대해 사과하라!

 

■ 돈이 없어 ‘필수적인’검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을 그만두라!

 

■ 감염인의 ‘필요’와 ‘처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

 

■ 지속적인 에이즈치료를 위한 계획을 제출하라!

 

 

2009.7.21.
HIV/AIDS감염인을 위한 모임 러브포원,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건강나누리, HIV/AIDS감염인 그룹홈 베드로의집, HIV/AIDS감염인 그룹홈 민들레,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 가톨릭 레드리본센터(작은빛공동체, 새빛공동체, 높이 날아라 HIV/AIDS감염인 공동체 NNHAP, 광주센터, 대구센터, 사랑공동체, 섬김공동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