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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보는 세상

우울증 일으키는 우울증약

 

우울증 일으키는 우울증약 



 본 글은 한겨레신문 건강2.0에 [약 알고 먹자] 고정 칼럼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칼럼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약사)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의약품 안전성,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킨 내용입니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제 거의 한 달이 됐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너무나 슬펐고, 억울하고, 화나고, 미안해했다. 그나마 광장에서 모여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면서 슬픔과 충격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 우울은 슬프고 불행한 감정을 말한다. 이런 기분이 일정 기간(보통 6달) 지속되는 것이 우울증이다. 좌절을 겪을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기도 하다. 인생의 생로병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누구나 겪을 수 있기에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것도 그 이유이다.


많은 경우 우울증은 일시적이어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물론 만성화하거나 중증일 경우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 및 약 사용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기는 약이 아닌 충분한 휴식과 안정, 영양 공급으로 좋아지는 것처럼 우울증도 가벼운 기분 전환, 운동, 가족 및 친구 등의 도움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제약회사는 우울증이 약으로만 이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피필’이라고 하는 용어를 써 마치 행복하게 해 주는 약처럼 선전하고 있다.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 사람들은 이 약만 먹으면 활기가 생기고 남들처럼 인생이 행복해질 것만 같다. 이런 광고의 위력으로 세계 매출 10대 의약품에 우울증약의 대표주자들이 들어가 있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의 우울증약이 효과적이지 않으며, 극히 소수의 심한 우울증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울증약은 약을 먹는 초기에는 오히려 우울증을 심화시키며 때론 심한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병을 고치려다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우울증약인 ‘프로작’을 만드는 릴리라는 제약회사는 제품 발매 이전부터 이 약을 먹는 사람들에게서 자살 경향, 살인 충동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숨긴 것으로 드러나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약이 식욕을 떨어뜨리는 다이어트 약으로 편법 처방되고 있어 더욱더 위험하다.


우울증은 사회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직장을 잃으면 우울증이 더 많이 나타난다. 우울증 치료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사회성을 지닌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이런 행복은 약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 배려, 사랑으로 이뤄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좋은 ‘해피필’은 바로 곁에 있는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의 사랑이다.


강경연/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의약품접근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