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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보는 세상

집안의 폐의약품은 약국으로


집안의 폐의약품은 약국으로 

 본 글은 한겨레신문 건강2.0에 [약 알고 먹자] 고정 칼럼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칼럼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약사)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의약품 안전성,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킨 내용입니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약국 근처에 안과가 많다 보니 안약 처방을 받고 가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쓰다 남은 안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곤 한다. 다른 약보다 안약은 쓰다가 남는 경우가 많고 개봉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안약이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주요 성분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요즘은 약국에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함들이 있어 이곳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약국에서만 11.7t에 달하는 폐의약품을 수거했다고 한다.

그동안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려진 의약품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발표가 간간이 나왔다. 올해 초 대한약사회에서 조사한 결과 구리하수처리장 및 반포대교 남단 등 한강 6곳에서 11개 의약품 성분이 다량으로 검출됐다고 한다. 특히 항생제의 한 종류인 린코마이신의 경우 구리하수처리장 최종 방류수에서 전세계 독성학자가 정한 환경 유해 기준인 37ng/ℓ의 10배가 넘는 383ng/ℓ가 검출돼 한강의 의약품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의약품 검출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환경 유해 성분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확한 실태 조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신규 의약품에 대해 어류 등에 대한 독성 검사 결과를 제약사가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처방약 폐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폐의약품이 무단으로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약품 설명서 등에 ‘사용하지 않고 남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은 약국에 돌려주세요, 필요 없는 약을 하수구에 버리지 마십시오’라는 표기를 의무화하는 등 의약품의 무단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유난히 항생제를 많이 먹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고 이 때문에 항생제 내성률이 대단히 높다. 그런데다가 이제는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식수원을 통해 이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무심코 버려지는 폐의약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제약회사는 회사대로 할 일을 해야 한다. 물론 각 가정에서는 폐의약품을 가까운 약국에 모아주는 작은 수고부터 실천해야 한다.


리병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