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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알아야할세상

2MB 내각 짜기 (진중권)

  2MB 내각 짜기
  [기고] 도덕적이지는 못하나 유능하기는 한가?
  2008-02-26 오후 6:40:27

왜 갑자기 '고소영'인가 했더니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의 약자란다. 왜 갑자기 '강부자'인가 했더니 '강남의 부동산 부자'란다. 졸지에 이명박 정권 인사정책의 화신이 된 두 여인. 지금 심정이 어떨까? 아무튼 이 두 이름은 어제 출범한 정권의 본질을 명료하게 압축한다. 즉 '강부자'는 대통령이 속한 계층의 사회적 코드, '고소영'은 거기서 사람을 가져다 쓰는 대통령 개인의 사적 코드다. 후자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기도 하다.
 
발표한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면모가 흥미롭다. 병역면제율이 무려 38.5%, 일반 국민의 여섯 배에 달한다고 한다. 자녀들의 이중국적율은 21%, 그러니까 다섯 명 중의 하나는 한국의 국적을 포기했거나, 다른 나라 국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재산은 평균이 39억, 일반국민의 열여섯 배에 달한다. 돈이 많다고 나무랄 일은 못 되나, 그들의 재산이란 것이 자연과 건축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찜찜하다. 1인당 주택 3.6채와 토지 4건.
 
  사실 종합부동산세는 국민의 2%만 내는 세금이다. 하긴, 주택을 3.6채 정도 갖고 있으면, 과연 세금이 좀 나오긴 할 게다. 하지만 그 동안 오른 집값으로 인해 발생한 차익은 그 몇 푼 안 되는 세금에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이라는 싸구려 스피커를 통해 "세금 폭탄" 운운하며 그것도 못 내겠다고 요란하게 사회적 소음을 일으킨 게 바로 이런 분들이다. 이제 출범한 MB 정권은 앞으로 이런 계층의 정서와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게 될 것이다. 새 역사의 주인공들, 어떤 분들인지 면면을 살펴보자.
 
  전쟁과 평화
 
  먼저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 신문에 떠드는 것을 정리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린다. 헌정파괴 국보위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투기차익 은폐하여 공직자 윤리법 위반, 거기에 편법증여에 부인의 위장전입. 그리고 본인 및 장남의 병역특혜, 거기에 장남은 군 복무 중 해외 골프 여행. 전 세계에서 복무 중 해외 골프 여행 보내주는 '선진'적 군대는 아마 대한민국에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위장전입' 하나로 총리 후보의 목을 날리던 이들이 이 분을 어떻게 할지 지켜 볼 일이다.
 
  이어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 교육비 이중 공제 받은 게 4500만 원. 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 "부부 교수로 25년 벌어서 재산이 그 정도면 양반"이란다. 아무리 양반이라도 그렇지, 글 읽는 선비의 재산이 어떻게 탐관오리 뺨치냐. 게다가 곧 한미 간에 전쟁이 벌어지며, 2007년에 남한이 무정부상태가 된다는 등의 극우망언.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상태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극우반공주의자가 통일부 장관이란다. 차라리 반달곰 이근안을 국가인권위원장 삼아라.
 
  이상희 국방부 장관 후보. 이 분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에서 시위가 벌어졌을 때, "xx 분자" 진압해야 한다며 거기에 무장병력을 투입할 계획을 내놨다고 한다. 듣자 하니 옆에 있던 사람들이 듣기에도 끔찍해서 말렸다고 한다. 도대체 먹여줬지, 입혀줬지, 별 달아줬지, 도대체 뭐가 불만이기에 자기 먹여주고 입혀주는 국민의 가슴에 감히 총부리를 들이댈 생각을 하는가? 이런 발상이 가능한 인물의 손에 국가의 무력을 지휘할 권한을 쥐어준다? 간도 크다.
 
  생태주의 내각?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 전국 곳곳에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을 지적하자, "남편이 기쁜 마음에 오피스텔을 선물했다"고 해명했다는 바로 그 분이다. 이 해프닝은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센스가 없는지 보여준다. 도대체 반지나 목걸이도 아니고 아내에게 줄 선물로 오피스텔을 고르는 취향은 또 뭔가? 그냥 꽃이나 한 송이 선물했으면 얼마나 아름다웠겠는가? 하긴, 선물로 부동산을 받아야 감동하는 게 강남의 낭만이 아니던가. 꽃 한 송이보다는 길목 좋은 곳의 화훼단지를 통째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 김포의 농지를 불법취득 했다가 적발 당하자, 나는 그저 자연을 사랑했노라고 뿐이라고 읊었던 문학소녀. 그녀의 시심은 대지(大地)와 대지(垈地)를 구별하지 않는다. ("건축법에 의하면 '대지란 지적법에 의하여 각 필지로 구획된 토지'를 말한다고 되어 있으나, 하나의 건축물을 그 필지 이상에 걸쳐 건축할 때는 그 건축물이 건축되는 모든 필지의 최외곽선으로 구획된 토지를 대지라 하며, 대지 면적도 그 대지 경계선 내의 면적으로 한다." 출처: 네이버 사전) 이 분이 환경부 장관이 되면 전 국토를 사랑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김성이 복지부 장관 후보. 전두환 정권이 '3청교육'이나, '정화운동'이니 하면서, 국민들을 빨아야 할 걸레 취급할 때, 그 섬섬옥수로 걸레를 깨끗이 빠는 방법에 관한 논문을 써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로부터 표창까지 받으셨단다. 그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걸까? 다른 이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단다. 박미석 청와대 수석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단다. 수박 겉핥듯이 잠깐 서핑해서 정리한 것이 이 정도. 도대체 이것도 내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실용과 선진
 
  그 동안 보수언론은 '도덕이냐, 능력이냐'라는 이분법을 내세워 잔머리를 굴려왔다. 쉽게 말해 '노무현 정권은 도덕성만 강조하느라 일을 못한 무능한 정권'이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무능에서 자동적으로 자기들이 유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저 집단이 과연 유능이라도 한가?' 저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능력이라는 것은 혀 꼬인 '아륀지' 발음만큼 술 취한 듯한 인수위의 다채로운 닭짓을 통해 충분히 드러났다.
 
  어떤 면에서 저들은 실제로 유능하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제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에 땅도 사놓고, 위장전입도 하고, 세금 탈루도 하고, 병역도 면제 받는 게 아니겠는가? 바로 이것이 저들이 비록 도덕성은 없지만 능력은 있다고 자부하는 근거다. 우리는 잘 사는데, 너희들은 왜 못 사냐? 한 마디로 우리 강부자들을 따라 배우면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이게 저들이 생각하는 '선진'이다. 그러려면 부도덕한 고소영이라도 부자라면 데려다 써야 한다, 이게 저들이 말하는 '실용'이다.
 
  '실용'과 '선진'이라는 게 뭔지 알고 싶은가? 그럼 그 두 원칙으로 뽑은 인물들을 보라. 더 황당한 것은, 저게 그래도 나름대로 엄선해서 내놓은 멤버들이라는 사실이다. 고르고 고른 게 이 정도니, 그 성긴 체에 걸려 간택 받지 못한 들의 상태는 어떻겠는가? 기껏 고르고 골라서 5공 올드보이에 IMF 리사이클링이라면, 이건 인력 '풀'이 아니라 꿀꿀이 '죽'이라 하는 게 났겠다. 제 말이 얼마나 웃기는지도 모르는 바보들은 그 위에 데코레이션으로 얹은 도토리쯤 되고….
                                                                                                  진중권/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