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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보는 세상

그 '기능식품' 몇이나 효과봤나


그 '기능식품' 몇이나 효과봤나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신문이나 케이블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보다 보면 마치 건강기능식품이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건강 회복을 곧 가져다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듯 건강기능식품은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이 먹고 있고, 2007년 매출이 6800억원을 넘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만큼 문제점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허위·과장 광고이다. 2009년 초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홈쇼핑 건강기능식품 광고의 75%가 허위·과장 광고라고 한다.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는 몇몇 논문과 임상 사례를 근거로 들며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임상 시험의 설계 자체가 엉터리인 경우가 많고, 임상 사례도 그 효능을 일반화하기에는 극히 적은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 근거로는 타당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 의학적 근거를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임상 시험을 설계해 보면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론적 배경이 약하다 보니 소비자의 눈만 끄는 광고가 나오게 되고, 효과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민원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약품은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연구나 시험을 통해 내놔야 한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효과나 안전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의약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은 ‘효과’ 대신 ‘기능’만을 광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은 ‘관절 건강을 챙겨준다’는 광고는 할 수 있으나 ‘관절염을 치료한다’고 하지는 못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일반인들은 의약품의 ‘효과’와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에 차이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들은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김치는 항암효과도 있고 감기도 덜 걸리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김치를 건강기능식품이라 부르며 비싼 돈을 내고서 사 먹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에 든 성분은 음식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잘 포장된 광고로 건강기능식품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하면서 소비자들은 수십만~수백만원의 돈을 쓰고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과 더불어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형근/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실장

 

  본 글은 한겨레신문 건강2.0에 [약 알고 먹자] 고정 칼럼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칼럼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약사)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의약품 안전성,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킨 내용입니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