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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보는 세상

턱에 맞은 보톡스, 폐로 간다면?

턱에 맞은 보톡스, 폐로 간다면?

 본 글은 한겨레신문 건강2.0에 [약 알고 먹자] 고정 칼럼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칼럼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약사)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의약품 안전성,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킨 내용입니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자글자글한 주름을 말끔히 펴 주고 말더듬증도 고쳐줄 뿐만 아니라 편두통이나 요실금, 전립선 비대증까지 모두 40가지가 넘는 효과를 가진 약이 있다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이를 ‘명약’이라 이를 것이다. 어느 날 의사나 약사들이 보는 의학 전문지의 광고에 이 명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광고 속 전신 사진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곳에서도 이 명약이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 약은 바로 흔히 보톡스라 하는 ‘보툴리눔 독소 주사’이다.


그러나 실제 보톡스는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굳어서 발꿈치가 땅에 닫지 않는 기형이나, 눈 주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눈이 굳게 닫혀 눈을 뜨기 어려운 질환을 비롯해 미간에 심하게 나타난 주름의 일시적인 개선 등에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다.


이 보톡스 주사는 통조림 등에서 안에 든 내용물을 부패시키는 세균에서 나오는 독소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이 독소는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제약회사는 주름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요즘은 사각턱, 눈가 주름, 팔자 주름 등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이 독소가 주사한 부위에 얌전하게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부위로 퍼져버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 식도 근육으로 건너가면 음식물을 제대로 넘길 수 없게 된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허파나 기도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각각 2007년과 2008년부터 보톡스 사용과 관련해 호흡곤란, 사망 등의 부작용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제약회사는 많은 양을 투여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발뺌한다. 하지만 주요 국가의 보건당국들은 어떤 용도에서나 어떤 용량으로 사용하든지 부작용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톡스는 전문지 광고가 주장하듯이 만능 명약이 아니다. 온몸에 작용한다며 빼곡하게 채워진 40여 가지의 효과는 실제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이 아니라 단지 제약회사가 그곳에 효과가 있기를 ‘희망’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제약회사의 희망은 의사나 약사들에게 광고 및 판촉되고 그 뒤 다시 소비자들에게 건네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던 이 약은 누군가에는 ‘독’이 되는 것이다.


강아라/약사ㆍ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