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약사가 보는 세상

백신생산, 정부가 팔 걷어야


백신생산, 정부가 팔 걷어야



전세계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의한 사망자가 7월 말 기준 1154명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으나, 지난 7일 기준 1600여명이 감염됐다.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에이(A)형 간염도 20~30대를 위협하고 있어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우리나라를 휘감고 있다. 급속한 세계화로 더욱 확산 속도가 빨라진 전염병은 앞으로 각 나라 또는 국제사회가 극복해야 할 새로운 과제와 도전이다.

 


우리나라는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전염병을 1, 2, 3종으로 나눠 몇몇 병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예방 백신 공급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독일 등 유럽 각국은 대상 국민 전체에게 신종 플루 예방접종을 하기 위한 구매 계약을 마쳤다. 반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신종 플루에 대한 백신 확보 비율은 전 국민 대비 2.7%이다.


지난 7월 초 전남 화순에서 제약회사인 녹십자의 백신공장 완공 소식이 있었다. 이 제약회사는 2005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및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독감백신원료 생산기반 구축사업’의 최종사업자로 선정돼, 2006년 12월 공적자금 161억원을 투입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미 다국적 제약회사가 신종 플루 백신 제품에 대해 국내 입찰 거부사태를 빚고 있는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부와 국민의 필요에 의해 백신 공급을 책임질 수 있는 시설을 운영 또는 지원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녹십자를 통한 백신 공급 계획이 가격 협상과 공급량 결정에서부터 정부와 마찰을 빚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결과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단순히 개별 기업에 낮은 금리로 공장 건설 자금을 빌려준 것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효과적인 공급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생산시설 기반을 마련한 것인지 말이다.


정부가 백신 공급 문제에서 그 책임을 다하려면 국민 세금을 모아 사기업에 던져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백신이 단지 한 기업의 이윤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신종 플루 등 인플루엔자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는 백신공장이 국가의 공중보건 정책을 수행하는 데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할 것이다.


송미옥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장

 

본 글은 한겨레신문 건강2.0에 [약 알고 먹자] 고정 칼럼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칼럼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약사)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의약품 안전성, 접근성 문제를 심화시킨 내용입니다./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