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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안전성및제약정책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진행경과와 전망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진행경과와 전망

_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실 접근권팀장 강경연

 

1. 들어가며

 

작년 건약의 총준위에서부터 새 정부 출범이 아닌, 대선 이전부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는 실로 대단하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약제비적정화방안의 큰 틀은 흔들지 않으리라는 게 대세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4개월의 시점에서 약제비정책의 흐름을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중심에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2006년 12월 도입된 약제비적정화방안은 말 그대로 적정하지 않은 약제비를 적정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약제비규모는 총 진료비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약제비 증가율은 매우 가파르다. 2001년 약 4조규모의 약제비는 2007년 9조로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사이에 제도적인 변화, 노인인구의 증가, 소득증대로 인한 건강비용의 증가 등을 고려하더라도 그 증가율은 지나치게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초기 등재 시 높게 형성된 약가, 등재이후 약가인하제도의 부재, 사용량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의 부재 등이 그 원인의 주요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약제비 적정화방안은 이러한 약가제도의 허술한 점을 개혁하고자 도입된 제도이다. 적정화방안의 주요내용은

신약 등재시 경제성평가 및 약가협상을 통한 적정한 가격으로의 등재, 사용량 증가 및 재평가에 의한 상한금액의 조정, 기등재 된 약제정비 등이다.

 

2. 사례로 본 약제비적정화방안 진행과정

 

2007년 한 해, 올 상반기 동안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제도시행 초기로써 정부와 제약사의 눈치보기 및 주도권 경쟁으로 단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먼저, 신약의 등재상황은 이러하다. 포지티브제도에서의 2007년 1년동안 제약사의 100여개의 신청 품목 중에서 경제성 평가에서 비급여 판정은 14개, 급여판정 25개 중 비급여판정은 2개(프리그렐, 비레드임. 프리그렐은 2008년에 급여등재됨), 급여판정은 8개 품목이다. 하지만, 2007년말 기준으로 심평원 경제성평가가 진행중인 품목이 70품목에 달하고 있으며, 2007년 한해는 경과조치로 경제성 평가자료의 제출면제규정을 적용받아 실제적인 경제성평가로 급여가 결정된 품목은 ‘베시케어’ 뿐이다. 그러므로 올 하반기 이후에는 경제성평가 및 약가협상으로 보험에 등재되는 약물의 수가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 포지티브하에서의 신약의 등재 및 약가결정이 한국의 약제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지켜봐야 한다.

 

종근당 ‘프리그렐’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사노피의 플라빅스와 관련하여 특허관련 공방이 치열했던 분야이고, 약가협상에서 정부 및 제약사의 주도권 경쟁 또한 치열했던 분야이다. 사노피의 플라빅스는 에버그리닝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클로피도그렐의 물질특허이후, 이성체특허, 황산염특허 등 후속특허를 획득하였고, 플라빅스의 제너릭개발사들은 후속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청구를 신청하였고, 특허심판원의 무효판결을 받았다. 물론 사노피는 실결불복 소송청구를 신청하였고 특허법원은 이를 기각하는 일련의 과정이 지난 4년간 진행되었다. 앞으로도 후속특허에 대한 무효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고 이에 따라, 값싼 제넉릭의 진입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프리그렐’은 그의 등재도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다. 2007년 2월 식약청의 허가이후에 변경시킨 개량신약으로서의 지위인정을 받기 위해 플라빅스의 84%수준에서 등재신청을 했다가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에서 비급여판정을 받았다. 심평원의 입장은 약효가 동등한 제너릭이 있는 상황에서 제너릭보다 비싼 가격으로 약효가 동등한 개량신약을 등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종근당은 재평가를 요청하면서 그의 제시가격도 75%로 낮추었다. 이번에는 심평원에서는 급여판정을 받았으나, 공단의 약가협상에서 다시 협상이 결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공단의 입장은 효과의 개량성이 없는 약은 제너릭수준의 약가가 타당하다는 것이었다(플라빅스 제너릭은 29개가 등재된 상황이고, 가장 낮은 가격의 제너릭은 플라빅스의 30% 이다). 이러한 판정으로 ‘종근당’을 비롯한 국내제약사들의 반발은 아주 거세었다. 국내개발 개량신약으로 인정을 해 달라고, 국내제약사들의 숨통 끊어놓기라면서 드러눕는 제스처를 취했다. 의약품산업을 고사시키는 행위라는 반발에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현 정부에서도 노무현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대응이 가능할 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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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는 정부가 칼자루를 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사가 아닌 다국적사와의 승부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프라이셀과 푸제온이 그의 구체적인 실례이다.

 

최근 약제 조정위원회까지 회부되며 논란 끝에 결정된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의 사례를 보았을 때 약제비 적정화방안이 아직은 허점이 많음을 나타내고 있다. 스프라이셀의 경우는 신약에 대한 가격결정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된 사례였다. 그동안 문제시되었던 혁신적 신약 규정에 의해 결정되었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스프라이셀 가격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고가로 약값이 결정된 것이다. 보험공단과 약제급여조정위원회도 제약회사가 제출한 가격을 근거로 소폭 가격을 인하하였을 뿐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보험공단은 신약약가결정시 OECD국가와 싱가포르, 대만의 약가를 참조한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신약의 진입속도가 매우 빨라 상당수의 신약의 가격비교 국가가 1-2개 국가이고 이 국가들은 소위 A7국가인 상황이다. 따라서 여러 국가를 가격비교대상으로 설정해 놓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아직까지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푸제온’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정부는 다국적사와의 싸움에서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푸제온의 공급사 로슈는 적정한 약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2004년 보험등재이후 약 4년동안 한국에서 약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제약사와의 약가협상이 결렬된 필수약제인 경우, 그의 공급을 책임져야하는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스프라이셀’의 가격도 제약사가 공급거부를 하지 않을 적당한 선에서 약가가 조정된 것이라고 약제급여조정위원장이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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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기등재약의 재평가 부분이다. 포지티브 이전의 의약품 등재 및 그 약가는 일관된 기준 없이 결정되었다. 그로 인해 약값은 지나치게 높고, 품목수는 21,000품목이나 되었다. 제도시행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미 생산, 미 청구 품목 5,500여개에 대한 급여삭제이후에도 그 품목 수는 15,000품목이 넘는다. (이 부분의 급여삭제도 부당하다는 제약사의 소송이 있었으나,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급여삭제 정당 판결을 받았다.)

이것으로 볼 때, 기등재약의 목록정비가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게 될 지, 제약사의 반발은 또 얼마나 커질지 충분히 예측할 만하다.

 

올해 발표된 고지혈증 시범평가 결과에서는 약값의 약 30% 인하율이 제시되었다. 270개 고지혈증치료제의 한 해 총 청구액 규모는 3400억원에 달하는데 이미 보험으로 적용된 의약품 15,000여 품목 중 단 270개의 품목의 목록정비로 인한 제약사의 매출손실은 연간 약 600억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연간 재정절감액이 600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하여 제약협회 측에서는 반발하고 있으나 심평원 평가 조사와 방법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심평원에서 밝히고 있듯이 제약회사의 입장을 고려한 보수적인 평가라고 밝히고 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준을 적용하면 약가인하율은 44-66%까지 떨어진다. 이 하나의 사례만을 살펴봐도 우리나라 약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원칙에 입각한 조속한 목록정비는 국민의 재정절감이나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고지혈증의 시범평가 결과가 반영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듯 하다. 평가결과가 제약사에 통보된 이후 60일간의 이의신청(원래는 30일인데 제약사의 반발을 고려해서 2배로 연장한 것이다)이 지난 7월 19일날 마감되었다. 이의신청에서 대다수의 제약사는 약가인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보이고, 일부 다국적사는 소송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대한 방어가 이후 본 평가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

 

3. 개선방안

 

신약의 등재결정 및 가격결정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경제성 평가지표, 비교약제 부분, 평가절차의 투명성 등이 보장되어야 하며, 경제성 평가에서 급여판정이후의 공단에서의 가격협상에서의 공단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 필수약제의 공급을 보장할 만한 제도적 장치 및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기등재약의 목록정비가 제대로, 조속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15000여품목이나 되는 목록정비야말로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약의 가격결정에서의 비교기준도 기등재약이므로 기등재약의 약값이 높으면 새로 진입하는 약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기등재약의 정비 속도 및 정비수준에 따라 약값의 변화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재평가의 평가기준인 A7조정평균가는 바뀌어야 하며 사용량 초과로 인한 약가재평가 방법도 제고되어야 한다. 예상 사용량보다 30% 또는 60% 이상인 경우 재평가를 실시한다는 부분이나, 고시금액의 10%로 인하하한을 정해놓은 지점도 바뀌어야 할 지점이다.

 

궁극적인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목표달성은 사용량 통제로 가능한 부분이다. 신약의 진입약가가 인하되고 기등재약의 목록정비 및 재평가로 전체 약가가 인하되더라도 의약품 사용량의 증가는 약가인하효과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정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총액예산제 및 처방가이드라인 등의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이다. 그의 도입 초기라 할 수 있기에 앞에서 지적한 부분이외의 또 다른 문제점이 도출될 것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의 대응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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