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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알아야할세상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삶의 기본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삶의 기본권

 

-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 이소형

 

 

2008년 봄과 여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수많은 탄압과 이데올로기 공세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고 있다. 이 촛불을 이어가고 있는 위력적인 힘은 단지 독단으로 표상되고 있는 이명박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일깨워주고 있다. 다름 아닌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한 경제위기, 민생파탄의 현실이다. 치솟는 유가, 곡물가 폭등과 천정부지로 날뛰는 부동산, 상위 5%만을 위한 교육정책, 만연한 빈곤과 저임금, 비정규직, 실업이 일반화되고 있는 불안정한 노동...이처럼 암담한 현실에 신음하고 있는 대다수 노동자, 민중에게 촛불은 물대포를 아무리 쏟아 부어도 결코 놓을 수 없는 생존의 권리이다.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처럼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중들이 잠재된 삶의 불만을 넘어 폭발적인 거리의 저항에 나서고 있는 상황,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생조건의 문제로 가둘 수 없는 민중의 분노와 저항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전두환 정부 하에서 추진된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조정에서 출발하여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그리고 IMF금융위기를 통해 김대중 정부 하에서 가속화한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그리고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이 더욱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벌중심의 세계화가 민중에게 전가한 고통에 대한 고스란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에 아랑곳도 없이 세계적으로 위계화한 금융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축적구조에 한국사회를 정착시키고 한국 민중의 삶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 대대적인 정책을 가차 없이 추진 중이다.

공공부문의 사유화·시장화는 물, 전기, 가스, 철도 등 전통적 의미의 공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매각(KBS2, MBC), 언론사 방송소유 허용, 금산분리폐지, 방카슈랑스 전면허용, 자본시장통합법 추진 등 언론 및 금융영역에서도 추진되고 있고. 교육과 의료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공립대학의 법인화와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자사고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더니, 지난 4월 15일에는 갑자기 ‘학교자율화 조치’라는 이름으로 사설모의고사 허용, 방과후 학교에 사설학원 참여허용 등 교육부문의 사유화와 시장화가 공공연히 선언되고 의료부문에서도 민영보험활성화, 당연지정제폐지, 영리병원 허용 등 건강보험붕괴 시나리오를 추진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왜 이 같은 반민중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민중의 삶으로부터 모든 공공재의 해택을 배제해가는 이 모든 ‘서민 죽이기 정책’에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이해가 강력히 작동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거스를 여력도 의지도 없으며 따라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재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완결을 위한 필요수순에 불과했던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완성하는 한국 민중의 죽음의 묵시록인 한미FTA는 이제 국회비준만을 남겨두고 이는 한국사회를 더욱더 불안정한 위기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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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공공 서비스의 말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198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는 위기의 핵심적 구조이며, 한국사회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겪어오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미국 헤게모니하의 세계자본주의가 1970년대의 장기침체와 자본의 수익성 위기를 탈출하려는 대대적인 공세로 시작하였다. 1970년대 미국헤게모니의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위기는 1980년대 들어 금융 중심 축적구조로의 전환을 통한 신자유주의화를 통해 반전되었다. 이는 우선 노동에 대한 대대적 공세와 대량의 강제해고, 인원감축을 통해 추진되었고,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에 대한 자본의 자유로운 진출과 수익성을 보장한다.

 

특히 공공서비스의 훼손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정책인 한․미FTA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피해가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공기업 형태이거나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부문에 대한 사유화 공세가 시장개방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물 산업과 같은 공공서비스 영역의 개방은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을 직접적인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만든다. 통신 산업 등 이미 사유화가 진행된 경우에도 외국인 보유한도를 철폐하거나 완화하여 금융투기에 노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비용 지불능력이 없으면 생존의 권리 자체가 박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기, 가스, 수도 등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분할매각이나 구조조정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부문은 자본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급이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전면적인 매각으로 인한 가격 폭등은 심각한 대중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절부터 전기와 가스에 대해서는 분할 매각이 시도되어 왔다. 한․미FTA는 이러한 방식의 부분적 사유화가 외국인 소유 지분 한도의 폐지 등을 통해 촉진될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전력은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6개 회사(5개의 화력발전사와 1개의 수력․원자력 발전사)가 분할되었으며, ‘남동발전(주)’부터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었던 바가 있다. 가스공사의 경우 산업자원부가 가스의 수입과 도매부분을 2001년 말까지 3개의 계열사로 분할하고 매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할 매각 방식은 모두 노동조합의 저항으로 중단되었지만 이는 단지 ‘보류’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미재계회의-주한상공회의소는 <2005년 정책 보고서>를 통해 가스공사를 직접 언급하면서 사업 분할의 방식으로 사유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현재 한전40%, 가스공사 30%로 제한된 외국인 지분취득한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부분적 사유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무역기구 도하개발의제(WTO DDA, World Trade Organization Doha Development Agenda)협상 에너지 분야 양허요청안에서도 상업적 주재요건, 외국인지분 참여제한, 외국인과의 합작요건, 경제적 수요심사 등의 철폐 또는 완화가 주요 논쟁지점으로 진행되어 왔다.

 

상수도의 경우, 한미FTA 협상 추진이 공개된 직후 산업자원부, 환경부, 건설교통부가 공동으로 “<물산업>육성방안”(2006.2.14)을 발표, 단계적 사유화 방침을 밝혔고 주로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이 ’방안‘은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물 기업을 육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사유화한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사회적 저항을 고려해서인지 물/가스/전기 등은 소유권 이전하는 민영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의 경우 현재 지방정부 차원에서 민간위탁 진행 중이다. 또한 물 사유화는 향후 합작형태의 투자, 신규시설에 대한 민자 참여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서도 국제적인 물 기업인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 데르레몽(Ondeo Degremont)이 부산 하수도 시설의 80%, 서울시 수도시설의 20%에 참여한 바 있고 베올리아는 한국수자원공사와 국내외 상하수도 공동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시장개방의 방식이 아니라도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기업과 합작형태로 상하수도 처리업무를 위탁 운영하는 계약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민감한 시장개방 논란을 비껴가면서도 효과적으로 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전기, 가스., 수도 등은 이미 독점이 완료되어 있어서 신규투자가 쉽지 않고 기존 공기업의 사유화를 급격히 추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분야의 전면적인 사유화나 시장개방은 오히려 자본의 수익성을 침해하거나 대중적 저항을 불러오는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의 핵심 의제중 하나인 ‘투자’조항은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의 철폐 혹은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는 공기업 주식을 시장에 보다 많이 상장하고 주식시장의 수익성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전기, 가스, 수도 이외에도 통신, 방송광고, 미디어 산업이 개방 압력 하에 놓여있다. 통신 산업은 기간 통신 산업자인 KT에 대한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49%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라는 것이 미국 측의 요구다. 미디어 산업에 대해서도 방송과 시스템/망에 대한 투자제한을 철폐하거나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삶의 기본권을 지키는 촛불을 밝히자!

이렇듯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강요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산업의 개방은 금융시장의 개방을 핵심으로, 사업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수익성 있는 공공부문(전기, 가스, 수도), 보건의료 산업 등의 사회서비스 부문을 금융화할 것을 요구하는 초 민족 금융자본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를 경쟁력 제고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훼손하고 에너지, 물, 보건의료, 교육과 같은 필수적인 기본 서비스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경제를 국내외의 금융자본의 투자와 수탈에 내맡기게 된다. 한국경제의 금융화 속에서 국내에 진출하는 금융서비스,. 사업서비스의 확산을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의 ‘대안’이자, ‘선진화’라고 포장하고 있다. 금융화의 환상 속에서, 그 결과는 전면적인 금융수탈의 가속과 새로운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양산, 빈곤화, 그리고 이들 노동자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완전한 배제라는 몇 겹의 착취와 배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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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경제개혁이데올로기와 포퓰리즘적인 선동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2008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촛불투쟁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말살되고 있는 삶의 기본권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더욱 확장되어 이어져나가야 하며 이미 그 활로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금융세계화로의 완성단계인 한미FTA에 대한 공세적인 비판을 통해 오늘날 민중의 삶의 파탄, 경제의 파탄의 근본적인 원인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금융자본의 이윤놀음에 결코 빼앗길 수 없는 삶의 기본권을 지켜내는 촛불, 우리는 바로 이것을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