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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알아야할세상

촛불의 사회적 의미, 전망과 진보진영의 과제

촛불의 사회적 의미, 전망과 진보진영의 과제

_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회장 천문호

 

  1. 촛불의 원인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를 포함한) 5개월 동안의 실정이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이는 단지 기폭제에 불과한 것이며 좀 더 본질적인 원인은 복합적으로 여러 측면과 경향이 섞여 있으나 그에 대한 해석으로는 경제문제를 중심에 놓고 민중생존의 문제로 보는 시각과 세대문화나 정치제도적인 문제를 중심에 놓고 민주주의 절차 문제로 보는 시각으로 크게 갈리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필자도 이와 같은 시각을 기준으로 원인을 판단하고자 한다.

 

1)민중생존의 문제로 보는 시각(경제 문제 중심적)

 

지난 20여년 간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 사람은 그 성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커져가는 깊은 분노가 자리 잡고 있으며 반정부 시위는 표면적으론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같은 특정 현안을 둘러싼 것이지만 그 근저엔 더 폭넓은 문제, 즉 지난 20년간 진행된 민주화 이후에도 대부분 사람들이 '잘될 수 있는(get ahead)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커져가는 분노가 있다는 시각으로 즉 IMF 이후 10년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대한 민중의 불만이 쌓여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박정희식 경제의 피해자들이 일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초 촛불 집회를 주도한 계층이 학생인데 왜 거리로 나왔는지를 살펴보면 학교 안에서는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학교문화에 억눌리고 교사들에게 맞지만 학교 밖으로 나오면 소비가 미덕이고, 돈을 써야 하는 소비자가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데로 돈을 쓰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데, 대학진학률은 이미 85%에 이르러 경쟁 참여자가 너무 많고, 엄청난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총력동원 경쟁시스템이다. 잔혹한 제로섬 게임에 몰려 있는 것이며 아무런 희망이 없으니 거리로 나온 것으로 파악이 되곤 한다.

 

2) 세대문화나 민주주의 절차 문제로 보는 시각(정치제도 문제 중심적)

  ‘뉴타운’과 ‘특목고’라는 물질주의적 욕망과 대비되는 ‘먹거리 안전’이라는 탈 물질주의적 가치를 추구한다”라는 김호기 교수의 2.0세대론, 80년대는 사회의 진보와 체제 변혁을 내세웠던 변혁운동의 시대였고 90년대 한국의 민주화가 시작되면서 시민사회의 의제들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이 등장했다.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시민운동은 환경, 경제정의, 반부패, 인권 등 민주주의와 관련된 것들이었지만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일반 시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의제라는 점에서 이전의 쟁점들과 다르다. 2008년 촛불시위는 생활상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드러내는 생활정치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었으며 생활정치의 주체는 남성 노동자가 아니라 생활을 책임지는 가정주부라는 점에서 생활정치의 등장은 여성의 정치적 주체화를 함의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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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치 제도적인 측면으로는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로 대의민주주의제도의 발전과 보완적 의미로 직접민주주의요소를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으로 갈라지는데, 먼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는 이번 촛불집회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거리의 정치”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직접행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력화 효과(empowering effect)를 경험한다는 것, 즉 “직접행동에 가담하는 이들이 공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냄으로써 자부심과 존엄감을 얻을 수 있고,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으며, 타인과 연대감을 고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집회 때마다 거리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진 노래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이를 증명한다. 예전에 나온 노래가 아직도 애창되는 것은 우리 현실의 상황이 여전히 헌법정신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며 제도가 헌법정신을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헌법을 외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의정치라는 협소한 틀로 가두기 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구성의 정치’가 더 절실하며 그러기 위해 직접행동은 현실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틀을 짜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현재의 촛불집회의 의의는 인정하지만 이러한 시민운동은 정당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기반으로 하며, 한마디로 지금의 시민운동은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독한 불신에 기반하며, 이는 이중적 투표행위를 재생산한다. 이 패턴은 이명박 정부처럼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정당을 집권시키기도 하면서 그리고 총선이나 대선으로 여권을 응징을 할 수 없을 때 국민들을 거리에서 정치하게끔 함으로써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은 국민들의 정당정치 문화의 개선으로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므로 따라서 문제는 느슨한 형태의 정당참여 문화를 어떻게 배양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 하지 국민들의 정당참여 문화가 부재한 실정에서 정당정치의 한계를 언급하며 거리에서의 참여민주주의를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 하는 시각이 있다..

 

2. 이번 촛불집회의 새로움과 아쉬움

 

1) 집회문화의 변화

 

이제까지 집회가 사회운동단체중심의, 즉 운동권중심의 다소 경직된 집회문하였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가족단위로 촛불시위에 나오는 경우가 많거나 전선을 쳐놓고 미느냐 밀리느냐는 문제로 치환되지 않고 잔치 혹은 페스티벌 성격이 상당부분 더해져 집회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판이나 소통의 공간으로 변했음. 이는 집회주체가 예전의 조직된 대중이 다수였던 것에 비하여 중고등학생들의 참여로 인하여 문자세대와는 다른 인터넷세대의 감수성이 결합돼 일어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2) 자율성, 창의성의 증가

 

역시 인터넷의 힘으로 판단 할 수 있으며 한 예로 구호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내용이나 형식 등이 상당히 다양하며 특히 UCC나 칼라TV, 오마이TV, 민중의 소리 등 매체를 이용한 현장 중계 등으로 예전의 조중동 매체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었다. 즉 이를 통하여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요즘 유행하는 용어인 프로슈머(prosumer)가 되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3) 생활 정치의 등장

 

정치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인터넷 동호회들이 촛불시위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먹거리 안전”이라는 단순한 생활상의 요구였으며 이들 동호회들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들이다. 이것은 경제발전이나 사회진보의 실질적인 내용과 다르지 않으며 먹거리 안전 문제는 잘 먹고 잘 살기위하여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광우병 소고기 문제는 바로 삶의 기본을 위협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흔히 생활정치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변화로 삶의 안전과 질 문제는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촛불시위는 21세기 한국정치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촛불시위를 계기로 시민들의 일상생활의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라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촛불집회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집합적 경험을 통해서 체득된 시민의 힘은 향후 다양한 계기를 통해서 분출될 수 있는 새로운 잠재력이 될 것이다.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공론장은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여론이 형성되는 기능을 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참여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인터넷의 속성을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촛불시위가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이러한 인터넷 정당과 인터넷 국회는 선거와 같은 현실 정치에서 그 영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정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4) 시민사회운동진영의 영향력이 더욱더 약화

 

2002년 촛불시위 때는 사회운동이 한 자리를 차지했으나, 2008년 촛불시위 현장에는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깃발을 만들어 나왔고 거리정치에 대한 사회운동의 영향력이 퇴조하였다.

 

이는 촛불의 독자성은 한층 더 강화되고 사회운동의 무능력함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2002년 촛불을 경험하면서 운동진영이 학습효과를 가진 결과이기도 함.

 

이를 통하여 더 이상 깃발을 내세워 일방통행적인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대중운동으로 전화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대중의 바다에 뛰어 들어가 그 곳에서 토론하고 결정하는 것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새로운 운동의 가능성, 정치적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배후세력'의 부재

 

박노자 교수는 이번 촛불시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최대의 약점은 바로 배후세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파업이나 데모가 사측이든 정부든 그 대상으로부터 어떤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중을 결집시킬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배후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그 역할을 대부분 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은 좌파적 진보정당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현재 진보세력이 굉장히 약화되어 있고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진보정당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 활동 범위를 넓여 나가고 시민사회단체들과 연계해서 대중들로부터 좀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6)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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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이명박 퇴진, 대운하 반대, 의료민영화 반대, 0교시 철폐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로 확장되었지만, 유독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만은 침묵하고 있는데 박노자 교수는 이의 원인을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실질적인 힘이 중산층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 따라서 그들과 관련된 문제에는 (광우병, 의료민영화 등) 직접적인 반응을 하지만 '미친 고용'의 문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배제한다는 것이다. 촛불 집회 전체 과정을 보면 지금 단식하고 있는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나 KTX 여승무원의 요구가 촛불집회의 요구에는 전혀 반영이 안 됐는데, 이는 촛불을 주도했던 중산층이 분산화 된 사회체제에 이미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약자들의 연대와 조직만이 현재의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를 계급적 연대의식으로 발전시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위하여 투쟁하는 싸움으로 발전 시켜야 할 것이다.

 

 

3. 우리는 촛불 집회를 통하여 무엇을 배울 것인가?

 

1)다양성에 대하여 고민

 

앞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는 촛불시위든, 거리정치든, 대중지성이든,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토론문화에서부터 사업방식, 조직과 회원에 대한 진단까지 우리 머리 속의 획일주의에서 탈피해야한다. 고민의 초점이 회원의 상태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다면 창조성은 덤으로 따라 올 것이며 선배, 후배들의 서로간의 소통이 혹시 '내 머릿속의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수도 없이 자문하고 되새겨야 한다.

 

2)시민사회운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대중과 소통하기

 

'대중의 호민관'이라는 패러다임으로는 대중을 이해할 수도 없고, 대중이 복무할 수 있는 언어공간도 확보할 수 없고, 그들을 사회적·정치적 변화의 장으로 끌어올 수도 없을 것이며 이제 사회운동은 대중의 호민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정치의 세계는 진리의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갈등을 통한 충돌이 필요하며 소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드러내는 편견은 갈등을 회피해야 할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중은 훈련과 학습을 통해 무관심과 수동성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훈련과 학습에는 ‘반드시’ 갈등이 필요하다. 직접민주주의는 암묵적인 동의나 허구적인 만장일치가 아니라 ‘능동적인 반대’를 통해서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소리만이 기존의 선입견과 틀을 깨고 새로운 내용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임. 그런 점에서 ‘합의’나 ‘순수함’보다 ‘차이’와 ‘혼성’을 강조해야 한다.

 

3) 소통 방식의 변화

 

일회적이고 진부한 방식의 선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한다. 이미 네트워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이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전략적 무기가 되었다. 이 네트워크를 빼앗기면 미래는 매우 어두워질 수 있다. 수구 보수 세력에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해도 자유주의자들에게 넘겨준다면 그 결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성명서 하나 내고 선전물을 만드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며, 회원들조차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예로 공공운수연맹이 만든 블로그 ‘공공운수 노동자’가 있는데 현재 방문자수가 70만 명을 넘어섰고,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소식을 담은 블로그가 두 달 남짓한 기간에 100만에 육박하는 방문자수를 기록한 것은 놀라운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이와 함께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가지 '꼼꼼'도 격주로 7만 부 발행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조합원과 연맹 소속 노조 조합원들이 직접 나누어 주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선전, 홍보 전술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적응하는 '진화 과정'을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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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결론

 

촛불이 던진 변화를 읽으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정치활동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악수를 두면 촛불시위는 5년 내내 계속될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기 생각을 사회운동과 결합하고 의식을 끌어올릴 때 (촛불시위처럼) 사회운동을 강화시키는 대중투쟁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기존의 사고를 바꾸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실험을 이명박 정권 내내 계속 한다면 '진지를 갖는 사회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내부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를 더욱더 폭넓게 사고 하기위하여 토론을 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회원과 더 나아가 대중들과 소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