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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제도및복지정책

[기고]"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김창보(시민건강증진연구소)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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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부터 돌보면 답이 보인다  


 

   
김창보(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지난 10일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는 앞으로 5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해나갈지 잘 보여준다. 어떻게든 '6% 내외' 성장이라는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밀어붙이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인상과 같은 부작용은 경제 성장이라는 지상 목표 아래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결과 중심, 성과 중심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 성장을 내세우며 국민의 건강할 권리,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 정도는 국민이 좀 참아도 될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올해 계획을 보면, 의료 서비스 산업화를 적극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회복과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고 민간 의료 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러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팔아 경제성장을 하자는 것이냐"는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이처럼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 이용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보건복지가족부도 아닌 경제부처가 주도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이다. 경제부처가 밝힌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 의료 보험 활성화, 그리고 이를 위한 국민건강보험의 정보를 이윤 추구를 위해 사업하는 민간 보험회사에 넘길 수도 있다는 식의 사고는 '경제 성장'이라는 지상 목표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할 경우 의료 서비스를 돈벌이 수단화하는 경향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어서 의료 서비스의 상업화를 부추기며, 마찬가지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보험회사와 결탁하게 되면 대단히 상업적인 의료 체계가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처럼 공공병원이 취약하고 민간병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난한 자들이 의료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차별을 받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민간 의료 보험의 활성화를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관되어 있는 국민들의 의료 이용 및 질병, 치료에 대한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에 넘기겠다는 생각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인권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오만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질병과 의료 이용, 그리고 치료 내용에 대한 정보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중요한 개인 정보로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국가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특수한 목적에서 극히 소수의 정해진 사람들만이 정보를 다룰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국민의 정보 역시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사용과 의료 서비스 제공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국민건강보험을 관리하는 보험자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그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그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년 통계연보를 발간하고 있으며,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 식별이 가능한 의료이용 및 질병 관련 정보는 더 이상 보관할 필요도 없으며, 보관해서도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오히려 지금이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국민의 허락 없이 5년 이상 지난 개인 식별이 가능한 자료를 삭제할 것을 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이와 같은 민감한 국민의 정보를 국민의 동의도 없이 민간 보험회사에게 상품 개발을 위해 내줄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상품 개발에 이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만일 이와 같은 개인정보가 보험 마케팅에 사용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심지어 부모의 병력이 자식의 보험가입 여부에 차별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단기적인 경제 성장만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기획재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하겠다던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 의료 보험 활성화는 결국 차별과 배제, 그리고 의료 이용의 불평등, 건강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아무리 경제 성장에 좋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이런 정책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결국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을 먼저 고려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순리대로 문제를 풀지 않고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경제 발전에 종속적으로 두고 고려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방법은 있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한편에서 경기 회복을 이루고 싶다면, 가장 효율적인 보험 시스템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건강 불평등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이 사회 임금으로 작동하여 국민 소득 향상과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보험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분야라는 점에서 전 국민이 가입된 국민건강보험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의 입장에서도 유리한 점도 있다.
 
  국민들은 당장 눈앞의 성과를 위해 물가 인상을 감내하거나 건강 불평등을 무시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튼튼한 사회 안전망 위에서 꾸준한 발전을 기대한다. 이명박 정부의 첫발,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