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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알아야할세상

‘HIV/AIDS감염인 벽장 밖으로 나오다!!’

커밍아웃

['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용어로, 번역하면 '벽장 속에서 나오다'는 뜻이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비밀과 아픔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채 매일 삶을 채워가고 있다. 특히 이 사회의 범주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비밀이라면 더더욱 알려지기 꺼려하고,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그 안에는 HIV/AIDS감염인들도 포함이 될 것이다. 사회의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질병을 가슴속에 묻고 조마조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HIV/AIDS감염인은 왜 자신의 질병을 떳떳하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 사회의 인식이나 시선이 너무나도 우리에게 두렵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밝혀진 사례에서 보듯 차별은 자신의 모든 삶 전체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은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평생 HIV/AIDS 감염인이라는 꼬리표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커밍아웃을 한 감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HIV/AIDS감염인의 이슈와 투쟁의 현장에서 HIV/AIDS감염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HIV/AIDS감염인의 의약품 접근권, 치료접근권, 차별금지와 같은 급박한 권리조차 벽장 속에서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다가올 경멸의 눈초리와 시혜의 눈빛을 받기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이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회의에 참가한 148개국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홍보, 인권존중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제정되었다.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HIV/AIDS 감염인이 처해있는 현실을 배제한 채 1회성 홍보행사 및 정부 직원의 상주기 행사를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로 진행한 정부의 행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을 제정하고 세계 에이즈의 날의 진정한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바로 HIV/AIDS 감염인들과 감염인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이번 행사에는 많은 연대단체들과 HIV/AIDS 감염인의 주요 이슈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그동안 벽장 속에 숨어 있었던 감염인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만들기를 기대하였다.

11월 28일 인권주간 선포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인권주간은 감염인 치료접근권 확보 토론회, 노동권 보장 토론회와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하는 문화제 “swing with AIDS", 페이스 선언 거리 캠페인, 12월 1일 HIV/AIDS감염인 치료 접근권 확보를 위한 거리시위를 진행하였다. HIV/AIDS 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집회는 감염인들에게 큰 희망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많은 연대단체 활동가들도 함께 집회에 참여해 HIV/AIDS 감염인 이슈에 동참해 주었다. 감염인 단체 혼자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많은 단체 활동가들이 감염인 인권의 지지를 표하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함께 그 자리에 있어준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행사에서 감염인 인권지지 1,201명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을 진행하였는데, 감염인이 이 사회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어 권리를 말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함께 알려나가고, 비감염인과 감염인이라는 경계를 넘어 최상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획득하는 순간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인권선언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을 떠나 누구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며, 어떠한 이유나 질병의 낙인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함을 새기게 하는 행사였다.

 

 

<그림1. 감염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비감염인 1,201명의 페이스 선언 사진으로 엮어 만든 펼침막>

 

2008년 12월. HIV/AIDS 감염인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그동안 두려움에 혼자서 벽장 안에서 숨어 자신의 권리를 외치기 힘들었던 감염인들에게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또한 함께 우리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며 싸워야 하는 우리의 목표도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며 모두가 차별 받지 않는 그날을 위해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2008년 12월1일 세계에이즈의 날

 

2008, HIV/AIDS 감염인 인권선언

 

 

우리 모두는 HIV/AIDS 감염인입니다. HIV/AIDS 감염인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과 배제, 치료 접근권 등의 문제는 이 땅을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겪을 수 있으며 그래서 그들의 인권이 곧 우리의 인권입니다. HIV/AIDS 감염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질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안의 소수성을 발견하고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이 사회의 모순을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합니다. 그래서 에이즈의 효과는 긍정적이며 우리를 끊임없이 반성하게 하고 권리를 주장하게 합니다. 모든 사람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유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HIV/AIDS 감염인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감염인 인권지지 1,201명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감염인과 비감염인이라는 경계구분을 넘어 최상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가 도달되는 순간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인권선언문을 만들었습니다.

 

1.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차별에 반대합니다.

 

'에이즈는 질병일 뿐, 차별의 근거는 아니에요. 우리는 당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과 비감염인 사이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 때.'

'HIV/AIDS 감염인은 아무 죄 없음!'

'여러분들과 감기 환자에 대한 대우가 같아지는 날까지 지지하겠습니다.'

'질병이 있다고 인권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2. 이윤보다 생명이다! HIV/AIDS 감염인들의 치료접근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건강할 권리를 '공급'하지 마세요 '제공'해 주세요.'

'당신들의 이윤을 위한 지적재산권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권리가 더 중요합니다.'

'약이 필요한 이유는 아픈 사람이 있기 때문. 당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생명을 돈으로 흥정하는 로슈는 반성하라! 즉각 푸제온을 조건없이 공급하라'

'자본의 돈놀이 중단하고 치료제를 공급하라!'

 

3. HIV/AIDS 감염인들의 치료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국민의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 기본을 잊고 계시는 것 아닌가요.'

'치료비 지원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

'보건복지부가 해야 할 일은 치료의 보급, 의약의 평등함이다.'

'당신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제약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감염인들의 인권이고 건강이다.'

'로슈보다 싼 값이라고 제시하면 다 오케이인줄 아니? 감염인 인권 좀 보장해!'

 

4. 우리 모두는 HIV/AIDS 감염인들이 최상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때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하나일 때 아주 작지만 열, 백이 모이면 그 힘은 무한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의 당당한 액션에 함께 하겠습니다. '

 

'호들갑떨며 외면하는 이 세상에 당신들이 '기준'이 되는 겁니다.

힘들어도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 당신들도 힘을 내는 겁니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 같이 싸워 나가요.'

'우리는 모두 따뜻한 피가 흐르는 다 같은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차별과 편견을 넘어 감염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감염인들의 투쟁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일부입니다.'

 

2008년 12월 1일

2008년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 준비단

에이즈 감염인 인권을 지지하는 1,201명의 '레드리본' 페이스 선언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