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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안전성및제약정책

건강기능식품! 만병통치약?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8호] 건강기능식품! 만병통치약?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인가요?

건식이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보셨거나 드셔본 일이 있으실 겁니다. 정부에서는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건식을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건식을 복용한다고 하지요. 건식 총 매출액도 급격히 증가하여 2007년 총매출액은 6,800억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처방을 받아서 약을 복용하는 데 쓰인 전체 돈이 약 1조원 정도임을 생각해 보았을 때, 건식 매출이 처방약 매출의 약 70%에 육박할 만큼 건식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어떤 물질이 약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그 약이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그 효과에 사용하였을 때 ‘안전’한지에 대해서 연구와 시험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홍길동은 복통에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 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만 홍길동이 약으로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건식은 다릅니다. 약이 증명해야 하는 효과나 안전성을 건식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판매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약품은 ‘효과’를 광고할 수 있지만 건식은 ‘기능’만을 광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 예로, ‘관절 건강을 챙겨줍니다’ 라고 광고할 수 있지만 ‘관절염을 치료합니다’ 라는 광고는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일반인들은 이 두 가지 문구의 엄청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 둘째, 건식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에서 ‘치료제’인 것처럼 효과를 과장하는 경우가 70% 이상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번째, 효과와 기능의 그 엄청난 차이!

코엔자임 큐텐은 음료로까지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입니다. 그러나 코엔자임 큐텐이라는 물질은 사람 몸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세포의 성장과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에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성분은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합성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조사들은 암환자나 심부전 환자에서 코엔자임 Q10의 농도가 낮게 나타나므로 이 성분을 인위적으로 섭취하면 이들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지극히 논리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암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적혈구 농도가 낮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암환자에게 적혈구가 많이 들어있는 혈액을 수혈하면 암이 치료될까요? 논리의 모순이 여기에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교묘히 뒤섞어버려서 일반인들은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지요.


두 번째, 만병통치약 광고!

한국소비자원은 올 초 발표를 통해 홈쇼핑 건강식품 광고의 75%가 허위, 과장 광고라고 밝혔습니다. 건강식품 광고를 보면 효능의 근거로 몇 몇 논문이나 임상시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이나 ‘임상시험’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모두 다 그 이름 값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시험 설계를 통해서 완성된 것만이 신뢰받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코엔자임 큐텐의 경우에도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능을 입증하는 수많은 논문들이 있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논문들은 엉터리로 설계가 되었거나 극히 제한된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제대로 설계를 해서 시험을 해보면 대부분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사실, 수많은 공신력 있는 논문들이 해당 건강식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이것들이 ‘약’이 되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겁니다.

김치와 건강식품

김치가 항암 효과도 있고, 감기도 덜 걸리게 하고, 노화방지 효과도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김치를 건강식품이라고 부르며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건강식품은 그저 식품일 뿐입니다. 아무리 약처럼 광고를 해대도, 건강식품은 약과 같은 효과나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식품의 허위, 과장광고는 오늘 이 순간에도 소비자들을 현혹하여 적게는 수 만원, 많게는 수십, 수 백 만원을 지불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식품과 의약품, 김치와 항암제만큼이나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잊지 맙시다.